◎체첸 제2아프간화… 테러우려/전비·복구비엄청… 경제주름살/서방·회교권국가와 갈등 심화/전쟁책임공방 정정불안 가중 체첸공화국 독립의 상징인 수도 그로즈니의 대통령궁이 19일 함락됨으로써 해를 넘기며 계속된 러시아의 체첸 군사작전은 종료됐다. 그러나 체첸사태로 야기된 후유증은 보리스 옐친대통령에게 무거운 정치적 짐이 될 것이다.
첫째 군사적 측면에서 그로즈니함락은 사태안정이 아니라 불안의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 거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에 끈질기게 대항해 온 체첸의 반러시아정서와 적개심을 감안할 때 우려하던 대로 체첸의 「아프가니스탄화」는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체첸에 친러시아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웃한 아제르바이잔등 회교권국을 기지로한 체첸 「반군」은 계속 러시아군을 괴롭히며 모스크바등지에서 테러활동을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둘째 무리한 군사작전으로 옐친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약화된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6주간의 군사작전은 크렘린지도부 및 군부내의 심화된 갈등과 분열상을 밖으로 노출시켰다. 이에 따라 전쟁의 책임소재를 놓고 크렘린궁의 권력구조는 물론 군부, 개혁진보세력과 민족주의세력간의 공방전이 이어지며 정정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체첸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정국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내년 6월 실시될 대통령선거라고 할 수 있다. 옐친은 이번 사태에 코르자코프 경호실장, 일류힌 비서실차장등 크렘린내 강경파와 손을 잡아 자신의 최대 지지세력인 러시아선택당을 비롯해 「야블로코」블록, 「12·12」그룹등 개혁진보세력들과 등지게 됐다. 앞으로 이들 개혁진보세력의 지지를 계속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의 정치생명이 좌우될 것으로 점쳐진다.
셋째 옐친은 미국등 서방국가나 회교국가들의 시선이 예전보다 곱지 못한 외교적 부담을 안게 됐다. 서방국들은 러시아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노선만 걷는다면 옐친이 아니라도 좋다는 입장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회교국가들은 러시아가 반회교전선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넷째 체첸사태로 인한 엄청난 전비와 체첸의 복구비가 러시아의 경제안정에 주름살을 주게 된 것도 가뜩이나 경제난을 맞은 옐친에게는 큰 부담이다.
집권이래 최저의 인기도를 기록하고 있는 옐친은 내달 9일로 예정된 올 연두교서 발표이전까지 체첸사태를 최대한 마무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옐친은 연두교서를 통해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만회하는 전략을 펴는 한편 정치권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 집권2기를 노릴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옐친이 내놓은 「체첸카드」는 최대의 실수였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민족성강한 회교국/반러투쟁 수난점철/체첸 어떤나라인가
러시아내 20개 자치공화국 중 하나인 체첸공은 이웃 잉구세티아와 함께 「체체노잉구슈 자치공」으로 있다가 지난 91년 소련붕괴와 더불어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 면적은 잉구세티아와 합쳐서 1만4천 ㎢, 인구는 1백20만명으로 대부분이 회교도이다.
16세기 러시아에 귀속된 이래 19세기에 성전의 이름 아래 대러 독립전쟁을 벌여 한때 독립국을 건설했을 정도로 민족의식이 강하다.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카자크인」에도 기록된 이들의 격렬한 반러투쟁은 항상 러시아 황제의 탄압 대상이 돼왔다. 니콜라이 1세는 보복으로 체첸인 40만명을 학살했으며 2차대전 중에는 스탈린이 나치협력혐의로 이들을 강제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24만명이 사망하는 수난을 당했다.
체첸은 특히 석유 매장량이 풍부하며 수도 그로즈니는 러시아내 최대 정유시설지구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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