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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과 인재/조성호(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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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과 인재/조성호(메아리)

입력
1995.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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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대지진은 자연의 재앙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절감케 해준다. 일본 고베의 지진은 흔히 말하는 강진이상의 지진이다. 지진규모에서 리히터스케일로 7이상은 강진보다 파괴력이 더 큰 격진으로 분류된다. 고베의 지진은 리히터스케일로 7.2를 기록했으니 강진보다 더 강력한 격진인 셈이다. 지질학자들은 자연이 주는 재앙중 가장 무섭고 피해의 골이 깊은 것이 지진이라고 말한다. 대형건물, 고가도로와 도시를 지탱하는 주요시설물들이 한순간에 붕괴되고 수천의 인명이 희생당하고 물 전기 가스등 도시의 생명원이 끊겨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져버린 고베의 참상은 곧 지옥의 현장이다.

 고베의 지진은 우리에게 남다른 두려움과 충격을 준다. 우리동포들이 많이 희생당하고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사회에는 지진 못지않게 사람들을 경악시킬 수 있는 충격의 진원이 곳곳에 잠복해 있다는 두려움이 대안의 불길을 보고 더욱 새삼스럽게 조명되기 때문이다.

 얼마전 줄달아 겪었던 사건들을 상기하면 지진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희생자를 낸 성수대교붕괴, 6·25의 폐허를 방불케한 아현동 가스폭발사건, 불길속에서 아비규환을 이룬 충주호유람선참사등 잇단 대형사고·사건의 현장은 바로 지옥이었다. 엄청난 당시의 충격이 가시고 해가 바뀌어 일반사람들의 뇌리에서는 흐려졌을지 모르지만 졸지에 죄없는 생명을 잃은 유족과 이웃들에겐 그것이 곧 고베의 충격과 다를 바 없다.

 일본의 지진이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천재라면 우리사회에서 터져나온 사건은 사람이 조장해낸 인재다.

 얼마전의 사건들, 그런 인재가 당장에도 눈앞에 전개될 수 있는 소지를 우리사회는 숱하게 안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일새벽 홍성에서 일어난 철교위 과선교공사장의 구조물붕괴사고도 또다른 대형사고의 가능성을 예견케하는 불안의 조짐이다. 최근 서울 22개구청에서 비리의혹 영수증이 수십만장이나 쏟아져나온 것도 지난해의 여진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진앙으로부터의 「지진」의 신호가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을 준다.

 「인재」는 사회와 사람의 정서를 균열시키는 또다른 지진이다. 제발 이제는인재로 인한 대형사건이 없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사람을 놀라게하지 않는 사회, 충격과 불안이 없는 사회를 시민들은 진정 바랄 뿐이다.<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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