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보통신망 지진에 무력했다/광케이블끊겨 전화·은행 온라인망“먹통”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보통신망 지진에 무력했다/광케이블끊겨 전화·은행 온라인망“먹통”

입력
1995.01.21 00:00
0 0

◎「위성통신」은 건재… “시스템 중복화” 절감 간사이(관서) 대지진을 통해 일본은 정보화사회의 기간시설인 정보통신망이 자연재해에 얼마나 무력한가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이와 함께 일부 통신시스템들은 악조건에서 비교적 「강인」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재해에 대비한 이중 삼중의 중복적인 정보통신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번 지진직후 고베(신호)등 피해지역에서는 도로 철도는 물론이고 통신·전산망까지 거의 두절돼 이중의 고립을 겪어야 했다. 광케이블의 단절과 교환시스템의 정지로 일반전화는 대부분 불통됐다. 또 중앙컴퓨터의 고장과 온라인망의 단절로 4백50여개의 은행점포가 문을 닫아야 했다.

 전화불통의 주원인은 「자동규제장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일본전신전화(NTT)측의 설명이다. 교환기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통화량을 감시통제하는 발신지의 착·발신규제시스템이 「알아서」발신을 제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쿄등에서 피해지역으로 가는 전화는 불통이었으나 피해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거는 전화는 어느정도 가능했다.

 휴대용 전화 및 카폰(차량부착전화)은 일반전화보다는 통화확률이 높았지만 역시 불통사례가 빈발했다. 진피해로 각 지역의 기지국을 연결하는 중계선로가 끊기거나 기지국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 부분적으로 기능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고베시의 경우 시내 11개 기지국의 중계선이 단절돼 애를 태웠다.

 반면 일부 통신시스템들은 수라장의 와중에서도 기능을 잃지 않아 비교적 안정적인 통신수단임이 입증됐다. 공중전화의 경우 통화가 거의 두절되지 않았다. 공중전화는 비상시 최소한의 통신수단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최우선적으로 통화를 연결시키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등이 자체 구축한 전용회선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전화국의 자동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회선이 파손되지만 않으면 지진과 같은 비상시에도 별 지장없이 이용될 수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미쓰비시(삼릉)전기 본사의 경우 전용회선을 통해 고베등 피해지역의 공장들과 교신을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에 가장 완벽한 통신수단으로 부상한 것은 지상 중계소를 거치지 않는 위성통신시스템이었다.

 중장비메이커인 미캐터필러사는 지진의 난장판속에서도 효고현 아카시(명석)시의 공장에 파견한 본사요원과 위성전화시스템을 통해 업무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컴퓨터전산망의 경우도 평소 「백업(BACK UP)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회사들은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았다. 스미토모(주우)은행과 다이이치칸코(제일권업)은행 같은 회사는 백업시스템에 의해 수도권과 간사이(관서)지역에 각각의 컴퓨터센터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간사이센터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수도권 센터에서 자동적으로 전산온라인업무를 대신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는 통신망의 다양화 및 중복화, 컴퓨터센터의 분산 필요성등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제고시켰다. 일본의 기업과 정부기관등은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일반회선과 전용회선, 무선전화와 위성전화시스템등을 복수로 구축해야 한다는 기본방침을 확고히 굳히고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줄 것은 조금 더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보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라는 가토 히사타케(가등상무) 교토대교수의 지적은 이번 사태에서 일본이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도쿄=황영식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