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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물·음식달라” 애타는 호소 대피소 실태(일본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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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물·음식달라” 애타는 호소 대피소 실태(일본대지진)

입력
1995.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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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특파원 병고현 가다/벽엔 가족 생사묻는 쪽지 가득/영정없는 빈소 추위떨며 밤샘 『무엇이든 좋으니 먹을 것좀 주세요』

 순식간에 집과 생활터전을 잃고 피난소에 수용된 이재민들의 하루는 절망과 고난, 공포의 연속이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낸 효고(병고)현 일대 이재민을 수용하고 있는 니시노미야(서궁)시 시립 중앙체육관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초췌한 얼굴들로 가득차 있다.이곳에는 2백80세대가 수용돼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19일 정오 점심 배급이 시작된다는 통보에 시립중앙체육관 바닥을 뒤덮은 이불과 담요속에 죽은듯 웅크리고 있던 얼굴들에 약간 동요가 일었다. 점심배급이 시작됐다. 체육관 한쪽 구석에서 웅크린채 담요를 얼굴까지 뒤집어 쓰고 누워 있는 70세 할머니가 손자인 국민학생의 손을 잡고 긴 줄의 맨끝에 섰다.

 메뉴는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와 컵라면. 집이 무너질 때 얼떨결에 담요한장과 옷 보따리만을 들고 뛰어나온 피난민들이라 전적으로 배급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가고 싶다』 『배고프다』고 보채는 어린애들을 달래고는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앞길이 막막해 함께 울고 싶은 심정이다.

 라커룸으로 쓰던 체육관 1층 구석은 시체 안치소로 변했다. 갑작스런 지진으로 건물에 깔려숨진 1구의 사체가 졸지에 피난민이 된 가족과 함께 체육관에 누웠다.

 사자들의 영정도 채 걸지못한 안치소에는 피곤에 지친 유족들만이 이따금씩 찾아오는 조문객을 맞아 통곡하고 있었다. 난방이 안된다고 불평할 처지가 못되는 이재민들에게는 실내에서 한 겨울의 찬바람을 피하는 것만도 다행스런 일이다. 아직도 야외에서 담요 한장만을 달랑 갖고 밤을 새우는 피난민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아시야(호옥)시의 한 공원에는 인근 사립 청소년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 들어가지 못한 피난민 1백여세대가 3일째 밤을 보내고 있다. 12∼13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 텐트를 치고 노인과 아이들만 우선 들여보내고 어른들은 밖에서 장작불을 피워가며 추위와 싸운다. 이곳에서 만난 회사원 요시노(광야·48)씨는 『아침부터 거의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다』면서 『특히 저녁에는 기온이 떨어져 담요 한장으로는 견디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재해대책본부는 지진피해 지역의 국민학교, 중학교, 시립체육관, 시청등 공공시설 3백32개소에 대피시설을 설치했지만 10만명이 넘는 이재민을 수용하기는 역부족이다. 수용소의 이재민들은 어둠과 추위에 시달려야 하는 밤이 두렵다. 비상용 초를 켜고 주변을 겨우 밝혀도 담요를 파고드는 추위는 어쩔 수 없어 기나긴 겨울밤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공포는 더이상 돌아갈 집이 없다는 것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불안이다.

 담요를 덮고 혼자 앉아 있던 야마모토(산본·67·여)씨는 『집이 무너져 버렸다. 1주일 전에는 남편마저 세상을 떴는데 앞으로 혼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지진 발생 3일이 지났는데도 친지 가족들의 생사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아 이재민들은 이중으로 애가 탄다. 대피소와 무너진 가옥 주변에는 가족들의 생사와 집합장소를 알리는 종이쪽지등이 하얗게 나붙어 있어 이산가족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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