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마음가짐 엄하게 가르치죠”/“부모는 어른세계 보는 아이들의 창… 솔선해야”/약속지키기 가훈… 주말 가족대화,잘못 스스로 깨우치게 『예절과 마음가짐은 엄하게 가르치죠』
요코하마(횡빈)시 가나자와분코(김택문고)의 한적한 주택가에 아내, 두딸과 함께 살고 있는 야마오 마사오키(산미정기·43)씨. 도쿄(동경)대 공학부를 나와 지금은 (주)국제디지털통신 영업과장으로 근무하는 야마오씨는 일본의 샐러리맨들이 모두 그러하듯 장거리 출퇴근으로 가정에서의 대화시간이 많지않다. 사무실이 있는 도쿄시내에서 자전거와 전철로 1시간반이나 걸려 집에 도착하면 중학교(성요제후학원) 2학년인 맏딸 리사(이사·14)와 가나자와분코국교 4학년짜리 둘째 마리(만리·10)는 이미 잠들어 있다.
당연히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아이들 교육은 아내인 아키코(명자·41)씨의 몫이었다. 세이신(성심)여대를 나와 연애결혼한 아키코씨 역시 입시공부를 위한 학원과외로 아빠보다 더 바쁜 아이들을 돌보고 자원봉사(시민도서실), 피아노교습 등으로 한가한 날이 별로 없다.
자연히 가정교육기회라고는 주말 저녁식사때 뿐이다. 교육이라고 하지만 대화가 고작이다. 일주일간 있었던 일들이나 화제, 이를테면 굵직한 뉴스, 스모스타 다카노 하나등에 대해 아이들이 궁금해 하면 쉽게 설명해 주는 정도다.
언뜻 보기에 가정교육이라는 게 없는 것같은 분위기지만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할 때는 한마디라도 매섭다.
일본가정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은 바른 예절교육이다.
지난해 연말 야마오씨 친구들이 왔을 때의 일이다. 손님이 오면 식구들의 식사는 당연히 손님이 먹고난 다음에 차려진다. 이를 참지 못하고 리사가 『왜 아직 저녁 안 주는 거야』라고 예의없이 행동한 것에 대해 아키코씨가 조용히 서두를 꺼낸다. 화난 음성이 아니지만 당시 상황과 기분을 서로 얘기한 후 리사가 잘못을 시인하는 것으로 끝을 낸다. 『만약 큰딸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아키코씨는 『억지로 잘못을 강요하지 않고 딸 친구들이 왔을 때 반대로 우리가 똑같은 모습을 보여 스스로 느끼도록 하는 방법을 쓰기로 남편과 이미 상의해 놓았다』고 했다.
예절 못지않게 야마오씨 가정에서 중요시하는 교육은 「약속지키기」다. 가훈인 「거짓없는 성실과 우정」도 결국 약속을 잘 지키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아키코씨는 큰딸이 유치원 다닐 때부터 아이들이 전화로 친구들과 약속하는 내용을 듣고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준비해 주고 일러주는 일을 계속해 왔다. 특히 선생님과의 약속을 어길 때에는 아주 엄하게 꾸짖는다고 한다.
어릴 때 선생님이란 곧바로 아이들이 자주 접하는 어른이고 이때 배운 예절이 결국은 사회인이 됐을 때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생이 언니의 옷이나 자전거 등을 물려받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검소한 생활자세는 물론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야마오씨 부부는 부부싸움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나마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는 한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자신들의 화풀이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다고 자신있게 얘기한다.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어른세계를 들여다 보는 창」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야마오씨는 스스로 예절을 지키고 규슈(구주)에 사는 장인·장모도 1년에 2∼3번 초청, 어른을 공경하는 산교육도 시킨다.
『가족구성원들이 서로 존경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교육도 소용이 없습니다. 서로의 장점을 인정, 내가 이 가정에 태어난 게 행복하고,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존재임을 스스로 느낄 때 가정에서의 인간교육은 강요가 아닌 화합분위기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야마오씨의 이 말속에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입시지옥에 따른 부모들의 성적에 대한 집착과 젊은이들의 가정탈출에 대한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요코하마=이대현기자>요코하마=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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