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방 손안맞아 구호차질/자위대 늑장출동 책임공방도/“안전지역 믿고 방재소홀” 비난까지 이번 간사이(관서)대지진에서 이재민들이 무서울 정도로 침착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정부와 관료들은 책임소재 공방을 벌이는등 우왕좌왕, 일본 국민들의 원성이 높아가고 있다. 차제에 정부의 위기 관리능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베(신호)시와 한신(판신)간 각 도시의 학교체육관등에 마련된 임시수용소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14만 이재민들 사이에서는 지진발생후 정부의 늑장구조등 부적절한 대처를 지적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식사, 모포배급등에 대한 각 시당국의 배려가 충분치 않아 불만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빵이 없다. 의약품, 가스, 물, 전기도 없다』 『정부는 효고현이 지진 안전지대이기라도 하듯이 평소 아무런 방재대책이 없었다』 이재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고 정부의 「안전신화」구호를 성토했다.
실제로 효고현 당국은 이번 대지진이 전혀 예상밖이었다는 눈치이다. 현당국의 방재대책과장은 『간사이지방은 지진이 적기 때문에 그동안 매년 실시해온 재난대비훈련은 풍수해만을 상정해 이뤄져 온게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아마자키(니기)시 당국의 경우도 평소에 지진대비책이 안돼 있던 관계로 직원들이 시민들의 생사 파악외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른채 몇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은 자위대의 구조 늑장여부다. 이와관련, 일본 방위청의 한 관계자는 『자위대가 좀더 빨리 현장에 투입됐더라면 이번과 같은 엄청난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카히데 히데노부(고수수신) 요코하마(횡빈)시장도 『수천명의 시민구조가 늦어진 것에 대한 책임규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자위대 파견이 늦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마자와 도쿠이치로(옥택덕일랑) 방위청장관은 이처럼 자위대 출동지연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18일 기자회견을 자청, 『우리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지만 효고현 당국이 정확한 피해상황이 파악될 때까지는 자위대 출동이 불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현행 제도하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없이 자위대가 구조활동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방위청과 현당국간의 이같은 「책임 떠넘기기」공방에 국민들은 더욱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이와관련, 평소 자위대와 지방정부간에 「종합방재훈련」이 전무했던 점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군대의 독자적 행동은 억제해야 한다』는 법조계등 각계의 의견이 강해 자위대의 자발적인 재난구조 역할이 제약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에도 손발이 안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요코하마시 방재대책과의 한 직원은 『지진 발생후 몇시간이 지날 때까지 중앙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시가 없었으며 우리 요코하마시는 고베시로부터 직접 지원요청을 받아 지원활동을 시작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연락체제 미비와 위기관리능력의 부재를 지적했다.
전후 일본경제를 부흥시킨 일등공신으로 높이 평가받던 정부관료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지난 3년간의 경제침체에 이어 이번 지진으로 또한번 무너져가고 있는 느낌이다.<도쿄·고베=이재무·이창민특파원>도쿄·고베=이재무·이창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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