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시대의 개막을 보면서 두 사람을 생각한다. 독백하는 습관이 있던 내 친구와 인도의 시성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년)가 그들이다. 내 친구는 20대의 예민한 나이에 몇년간 높은 산 위의 통신소에서 혼자 근무한 적이 있다. 사람과 만나는 것은 2∼3주에 한 번씩 양식과 옷, 책등을 보급받을 때 뿐이었다.
산에서의 독거는 그에게 기쁨과 낭만도 주었지만, 그보다는 고적감과 불안감을 줄 때가 더 많았다. 바람이 사납고 며칠 동안 비가 그치지 않을 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짐승의 울음소리만 들려올 때 그는 『무섭고 외로웠다』고 말했다.
외로움과 두려움을 잊는 방법으로 그는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친구에게 하고 싶은 얘기, 책 속의 구절,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등을 두서없이 말하다 보면 다소 위안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산에서 내려와 대도시에 살면서도 외로울 때는 독백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는 그 뒤 미국으로 이민을 갔지만, 지금 시험방송을 하는 케이블TV가 3월1일부터 본격가동되면 그처럼 외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각지역 방송국에는 하루에 모두 1만건 정도의 케이블TV 가입신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케이블TV는 21개 채널에서 영화와 교육, 스포츠, 뉴스, 종교, 문화예술, 홈쇼핑, 만화, 경제, 바둑등의 정보를 다채롭게 내보내면서 우리 삶을 한결 윤택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또한 시인 타고르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그가 한 달에 하루씩은 「침묵의 날」로 정해놓고 침묵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던 명상의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의 시는 어린애 같은 순박성과 소박성으로 우리를 감동시킨다. 그의 순진한 시어가 명상과 침묵을 통해 정련된 언어라는 점이 경이롭다. 그것은 깊고 단단한 암반 사이를 뚫고 흘러나오는 샘물이 더욱 맑고 물맛도 좋은 것과 같다.
보기에 따라 세상은 외롭고 쓸쓸하기도 하고, 번잡함과 훤소로 가득 차 있기도 하다. 케이블TV가 가져올 삶의 풍요로 외로움을 견디기도 하고, 때로는 침묵의 시간을 가지면서 TV중독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적 긴장을 지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인간적 성숙이라고 생각한다.<문화2부장>문화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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