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이라는 최악의 사태로까지 치닫던 민주당의 극심한 내분은 17일 계파간의 극적 타협으로 해결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온갖 수단을 동원해 끈질기게 요구해왔던 이기택대표의 단일성 지도체제와 2월 전당대회가 김대중씨측의 동교동계에 의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끌어 왔던 양파간의 대결이 대화와 양보로 돌파구를 찾은 것은 다행이다. 그동안 불안한 눈으로 민주당 사태를 지켜봐야 했던 국민들도 이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이와 아울러 여러날 막말을 불사했던 민자당의 김종필대표도 2월 전당대회때까지 입을 닫겠다고 고개를 숙임으로써 여당의 파동도 일단락되는 것 같다. 김대표의 거취문제로 말도 많고 걱정도 많았던 여당의 집안사정도 이제 차츰 정리단계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민자당이나 민주당은 다같이 동시에 개혁의 서전을 마무리한 셈이다. 이제 본격적인 개혁게임이 2월 전당대회에서 벌어질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제발 서전에서 보여 주었던 추태가 본 게임에서 다시 나타나는 일이 없도록 주문하고 싶다. 산뜻한 페어플레이와 알찬 내용의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을 잊지 말아야 할것이다.
돌이켜보기조차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반성의 계기로 삼는다는 점에서 지난 며칠동안 여야의 개편진통 드라마를 우리는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드라마에 주역으로 등장했던 몇몇 정치지도자들의 행태가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 주었다.
「내 갈 길을 가겠다」며 온갖 제스처로 몸부림을 쳐 왔던 김종필민자당 대표의 언동은 정말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도 남았다. 민자당을 뛰쳐나가 새당을 만드는 것까지 구상중이라는 냄새를 한껏 풍겨놓고 「그런 말 한적 없다」고 쑥 들어가 버리니 보일락 말락하던 동정론까지 배신론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정계의 원로로서 여당의 대표답지 않은 언동과 태도였다.
명분도 원칙도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야당가도 마찬가지다. 정계은퇴를 선언해 놓고 막후에서 대부처럼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배후조종을 하는 김대중씨의 역할은 야당가에서 끊임없는 시비거리였다.
그 막후 실력자에 도전하는 차세대의 이기택대표 역시 새로운 맛을 풍기지는 못했다. 자신의 승부수가 적중했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겠지만 새 세대는 새로운 행태의 정치스타일을 보여 줘야 한다. 선배들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때 그때의 순간을 모면하려고 즉흥적인 언동으로 대응하다가 상황이 불리해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돌아서 버리는 정치인. 그래서 정치인은 거짓말을 잘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까지 보편화되어 버린 우리 정치풍토. 우리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번 일대 각성의 계기를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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