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계서 당직할 운영 나서면/「호남기반 비주류」 큰부담 판단 분당위기로 치닫던 민주당사태가 17일 극적인 타협으로 해결된데는 김상현고문의 전격적인 경선포기선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김고문은 이날 상오 당사 기자실로 찾아와 『2월 전당대회가 열리기만 한다면 나는 대표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월 대회에서 대표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당헌을 개정한 뒤 이대표를 만장일치로 대표에 재추대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제3의 당권주자인 김원기 최고위원도 출마유보의 뜻을 비침으로써 이 안을 고리로 강경일변도였던 이대표를 일단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김고문은 이같은 제안이 「강력한 대표」를 원하는 이대표측이나 이대표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어 현단계에서 경선을 반대하는 동교동계의 입장과 동시에 부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고문은 민주당의 당권경쟁구도에서 늘 이대표의 숙적이었고 부동의 조기 전당대회론자였다. 그는 다수파인 동교동계가 조기 대회에 반대하자 지난 12일부터 대회소집을 위한 대의원서명작업에 착수, 이미 소집요구 정족수인 전체 대의원 3분의 1이상의 서명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김고문은 그러나 이날부터 서명작업을 중단했고 소집요구서도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고문의 행보에 대전환이 이루어진 셈이다.
김고문 스스로는 이를 『당을 구하기 위한 고민끝의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당관계자들은 김고문의 이런 선택이 이대표를 주저앉히기 위해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대표라는 존재가 그의 당권가도에 필수불가결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대표가 탈당을 결행한다면 이후 비주류 리더로서의 그의 입지는 현저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동교동계 입장에서 볼 때 「위탁관리자」였던 이대표가 빠져나갈 경우 동교동계는 어쩔수없이 당을 직할운영해야 하고 이는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의 직접적인 영향력제고를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런 구도속에 비주류는 자칫 김이사장에 대한 정면도전세력으로 비쳐질 수 있으며 김이사장과 같은 호남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김고문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김고문에게 이대표는 「비주류=반대표」의 명분아래 김이사장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의 독자행보를 유지할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버팀목이라고 볼수있다. 동교동계에서 『이대표가 없는 상태에서는 비주류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고 말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그 정치적 배경이 무엇이든 이날 김고문의 협상안을 이대표가 받아들여 벼랑끝 타협이 이루어짐으로써 당내에는 김고문 특유의 협상력과 정치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대표는 합의직후 『후농(김고문의 아호)은 진정한 대인』이라고 전에 없던 극찬을 했다. 김고문은 이로써 개인적 위기상황을 극복하면서 당원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하는 이중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유성식기자>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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