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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다짐(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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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다짐(1000자 춘추)

입력
1995.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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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새해 벽두에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새 다짐은 어떤 깨달음이나 필요성, 또는 인생의 전환기와 같은 특별한 계기에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새해는 3백65일만에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일생에 수십번씩 맞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새해 초마다 새 다짐을 하는 것은 다가오는 나날들에 자신의 삶을 보다 더 의미있고 알찬 것이 되게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미래지향적 의지와 바람 때문일 것이다. 다짐은 약속이 그러하듯 그 자체만으로는 빈말에 불과하다. 다짐은 언제나 실천을 전제로 한다. 다짐은 실천에 의해서만 완결되는 미완의 것이다. 다짐은 실천에 의해서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일종의 공허같은 것이다. 그래서 다짐의 진정한 의의는 다짐 자체에 있지 않고 그 다짐을 실천하는데 있다. 실천하지 않을 또는 실천할 수 없는 다짐이나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언젠가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점을 늘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천하지도 않을 새해의 다짐으로 필요없는 죄의식과 압박감을 갖고 1년을 지내는 것은 현명한 처사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새해의 다짐은 상습적으로 되어 다짐의 진정한 실천을 다음 해까지 늦추는 핑계가 되기 쉽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새해의 다짐같은 것은 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한지도 모른다. 대신 새로운 다짐을 위한 깨달음이 있거나 필요가 생겼을 때 다음 새해까지 미루지 않고 즉시 다짐하고 일단 다짐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는 매일매일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 지체없이 해야 할 것을 굳이 달력의 새해가 될 때까지 늦추거나 그 때에만 비로소 무엇을 새로 하겠다는 것은 평소 실천하지 않는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대체로 남을 속이는 것보다 자신을 속이는 데 더 능하다. 따지고 보면 어느 한 순간인들 새롭지 않으랴. 매 순간이 새 날이고 새 달이고 새해인 것을 괜스레 달력의 새 날 새 달 새해만을 새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자기기만일 뿐이다.이효성<성균관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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