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안전지대」에 발생 더 경악/길거리 곳곳서 컵라면등 제공/수용 재민들 모포덮어쓰고 밤새워○대도시 대부분 피해
일본 간사이(관서)지방의 도시들은 17일 대지진으로 완전히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부근인 고베(신호)는 물론 교토(경도)와 오사카(대판)등 간사이(관서)·긴키(근기)지방의 대도시들은 지진여파로 정전과 단수, 통신및 교통두절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고 시민들은 극도의 공포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사카를 중심으로한 긴키지방은 이제까지 큰 지진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지진안전지대로 알려져 왔으나 이번에 전후 최대피해를 낸 강진이 발생하자 일본열도가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사카의 직장인들은 이날 지진으로 사방에 깨진 유리조각을 밟으며 출근길에 나서야 했고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역이나 백화점에 있는 대형스크린을 통해 지진피해상황을 지켜보면서 공포에 떨었다.
지진으로 인해 교통이 마비되는 바람에 이날 하루종일 오사카·고베등은 도시중심부로 향하는 도로가 극심한 교통혼란을 겪었다. 또 오사카·효고로 향하는 육상교통은 모두 불통됐다. 긴키 지역의 경우 지진발생후 모든 고속도로망이 통행금지됐다.
오사카 부근 여타지역에서도 수백채의 주택이 판자촌 철거작업 완료후의 모습처럼 철저히 파괴됐다. 오사카 주변의 고가도로와 철도 역시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특히 도로뿐아니라 고가도로의 교각마저 붕괴돼 통행재개 일정마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철도의 경우도 주요지역의 노선이 지그재그 혹은 엿가락처럼 휘어버렸고, 철도 교각도 무너져 내려 열차운행이 전면중단됐다. 나고야―히로시마, 도쿄―나고야, 히로시마―하카타간에는 일부 운행되고 있지만 나머지 노선은 대부분 불통되고 있다.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은 승무원들이 공항에 도착하지 못해 9편이 결항하는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이번 지진으로 발생한 이재민은 약10만명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하오 학교와 전철역등 공공장소에 마련된 임시거처에 수용된 고베시와 아와지시마의 이재민들은 추위속에서 급히 준비해온 모포등으로 몸을 감싸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나 아직도 지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진으로 고베시에서만 4만8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병원의 휴게실과 대기실에는 부상자들의 보호자들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부상한 가족의 생사여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과 자원구조대들은 길거리에서 불을 피워놓고 구조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거나 길거리에 탁자를 마련해놓고 컵라면등 간식들을 이재민들에게 제공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긴키지방의 공장등 산업현장의 피해도 속출하고있다. 고베시에 있는 마쓰시다(송하)전기의 컴퓨터공장과 전화조리기구공장은 정전및 부품파손등으로 조업을 중단했다. 교토에 있는 산토리사 맥주공장은 생산시설 일부가 붕괴돼 조업을 일시 중단시켰고 가와사키(천기)제철 고베공장, 미쓰비시(삼릉)머테리얼 효고공장, 스미토모(주우)화학 오사카 공장, 신오지(신왕자)제지 효고공장등도 생산계획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번 지진으로 교토의 문화재와 국보급 유적도 적지않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토시 우경구 태진박물관에 소장된 관음상보살입상은 오른쪽 팔이 떨어져 나갔으며 아미타여래불입상은 산산조각나는등 국보급 불상 3개와 수많은 유적들이 파손됐다.
○사회당내분도 스톱
○…지진의 공포가 열도를 뒤덮자 그동안 분쟁을 거듭해온 집권 사회당과 사회당내 반란세력들은 언쟁을 중단하고 지진 피해주민들을 위한 지원조치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당 중앙집행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반란세력 축출여부에 대한 결정을 일단 연기하기로 합의했으며, 구보 와타루(구보) 사회당 서기장은 지진구호대책을 당의 최우선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건설주가 오르기도
○…이번 지진피해 복구작업과 관련, 토목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수주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로 이날 도쿄(동경)증시에서는 건설업종 주식들이 대거 상승세를 유지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지진복구 프로젝트에 엄청난 양의 공공기금이 쓰여질 것이라는 전망속에 건설업종의 주식들이 투자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었다고 주요 증권사 관계자들이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진피해 복구에 최소한 수조엔이상이 들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대형 건설업체 오바야시사는 이날 하루 가장 많은 거래량을 보였으며, 유명 철도건설업체인 오사카의 오쿠무라사도 두번째로 많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LA지진과 같은날
○…이번에 발생한 간사이 지진은 1년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노스리지에 있었던 대형지진과 거의 같은 날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화제.
일본 지진피해 상황을 보도하고 있는 미국 TV에 나타난 오사카·교토·고베의 부서진 도로 가옥등이 지난해 1월17일 발생한 노스리지의 지진을 그대로 연상시켜 주고 있다.
두 지진은 발생날짜 뿐만 아니라 발생시간도 거의 비슷한데 고베 일원의 지진이 현지 시각으로 새벽5시46분에 일어났고 노스리지의 지진은 현지시각으로 새벽 4시 30분에 발생했다. 한편 마이크 매커리미백악관 대변인은 『클린턴대통령이 지진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으며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협조할 태세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일본건축술 “치욕의 날”/LA피해 비웃다 더 엄청난 재앙
지진에 관한한 내로라 하던 일본인들의 대지진건축술에 대한 신뢰가 17일새벽 간사이(관서)대지진으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지난해 미국 LA에서 대지진이 발생 피해가 속출하자 일본의 건축전문가들은 일본의 선진 건축기술은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러나 항구도시인 고베(신호)의 현대적 건물과 고속도로가 이날 발생한 리히터규모 7.2의 지진에 맥없이 무너져 일본의 건축술이 LA나 샌프란시스코 건축술보다 나을것이 없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말았다.
『우리는 일본의 도로와 가옥들이 잘 건축돼 있어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일이 우리에게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요코하마(횡빈)국립대 수미나오 무라카미(각상촌상)교수는 이날『잘못된 생각이었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특히 오사카(대판)와 고베를 잇는 한신(판신)고속도로중 고베인근 고가도로가 한쪽으로 넘어져 일본 건축전문가들에게 참담한 마음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이 고속도로는1923년 리히터규모 8.3의 간토(관동)대지진과 같은 대강진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건설됐다고 자랑하던 시설물이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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