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웃지만…/북한·연변지역 2,990개 수록 우리 농어촌의 생활상과 북한및 중국연변의 언어습관을 살핀 두 종류의 속담사전이 나왔다.
속담연구가 송재선(82)씨가 엮은 「농어속담사전」(동문선간)은 문명의 파괴적 속성 때문에 사라져가는 농어촌의 전통적 생활양식과 소박한 민심을 담고 있다. 또 민충환(48)부천전문대교수가 펴낸 「꽃은 웃지만 소리가 없다」(백산간)는 분단으로 언어생활의 이질화가 심화되고 있는 북한·연변동포의 언어습관의 일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농어속담사전」은 이미 「우리말 속담사전」과 「상말속담사전」을 펴낸 송씨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내용을 인용하기 편리하게 기상·영농·원예작물·가축·어업등 5개편으로 분류, 관련된 속담을 싣고 있다. 기존 속담사전에서 찾기 어려운 내용이 반이 넘을 것이라고 송씨는 자신하고 있다.
「마구간냄새가 나면 비가 온다」(저기압이 되면 기류가 안정되어 낮게 깔리므로 마구간냄새가 더 풍겨서 악취가 난다는 뜻―기상편), 「산 짐에 고기 안나고 죽은 물에 고기 난다」(바닷물의 흐름이 빠를 때는 고기가 안 잡혀도 흐름이 약할 때는 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뜻―어업편)등 과학적 이치를 담았거나「돼지도 키워야 잡아 먹는다」(사람도 가르쳐서 키워야 제 노릇을 하게 된다는 뜻―가축편)같이 세상사를 바라보는 눈을 이야기한 속담 3천5백43개를 수록하고 해설을 곁들였다.
송씨는 6·25때 월북, 59년에 다시 내려왔다가 붙잡혀 18년동안 옥살이를 한 뒤 벽돌전문가로 일하는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해방직후부터 속담연구를 시작했다는 그는 평생의 사업으로 속담대전집을 준비중이다.
「꽃은 웃지만 소리가 없다」는 민교수가 북한과 연변의 속담사전및 문학작품을 참조해 2천9백90개를 가려낸 것으로 작품에서 인용한 것은 출처를 밝히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이 북한과 연변에서는 「두꺼비싸움에 파리 치운다」 「죽을 때도 쓸 약이 있다」로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점등도 비교,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 속담과 북한과 연변의 속담은 크게 다르지 않다. 속담이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우러난 압축된 지혜의 표현으로서 갖는 힘과 가치를 확인해 주는 현상이다.<김병찬기자>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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