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물… 농사지을 물… 공장돌릴 물 어떻게/저수지·취수장 속속 바닥/밭보리 황화현상… 봄파종도 걱정/장기 급수제한 비싼값에 사마셔 겨울가뭄의 피해가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서해안지역등 일부지역에서는 눈이 많이 왔다지만 지난 여름 이후 해를 넘겨 긴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남부지방에서는 곳곳에서 생활용수와 농·공용수가 달려 심한 물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공단에선 생활하수와 폐수까지 재처리해 사용하는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며 가뭄이 더이상 지속되면 조업중단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저수지들이 속속 바닥을 드러내 농촌에선 밭보리가 누렇게 마르는등 피해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농민들은 벌써부터 봄파종 물걱정으로 수심에 젖어 있다.
○…경남 남해군 미조면 미조·사랑·팔랑등 3개마을 주민 2천3백여명은 지난해 8월부터 6개월째 식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영덕(40)씨등 미조면 미조리 주민 20여명은 8 떨어진 상주면등서 활어운반용 차량을 이용, 물을 실어 오는가 하면 최근엔 도시 물장사들한테서 식수 4톤을 3만∼5만원의 비싼 값을 주고 사먹고 있다.
미조면 서정률(50)부면장은 『최소한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 가뭄때 판 지하수 3공에서 하루 2백여톤씩 물을 끌어 올려 왔으나 최근 이마저 말라들어 하루 50톤밖에 대지 못하고 있다』며 『이 바람에 현재 5일마다 3시간씩만 급수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창녕군 창녕읍과 영산면 5천6백여가구 1만9천여명은 지난 여름이후 줄곧 식수난을 겪어 현재 창녕읍은 하루 40분, 영산면은 1시간씩만 급수를 받고 있다.
경남지역에서는 김해 남해 창녕군등 6개시·군 7천4백여가구 2만7천여 주민이 제한급수로 고통을 겪고 있다. 경남도는 겨울가뭄이 앞으로 보름이상 계속되거나 1백㎜이상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중부경남 5개시·군에 하루 25만∼27만톤씩 수돗물을 공급하는 칠서정수장이 취수를 중단할 수밖에 없어 식수난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도내 3천8백16개의 저수지중 4백51개가 고갈됐고 현재 평균 저수율은 38%에 불과하다. 농작물 피해도 적지 않아 4천3백26㏊에 재배중인 밭보리는 잎이 누렇게 변하는 황화현상과 생육부진이 겹치고 있으며 마늘 양파 시설채소들도 물이 모자라 말라 죽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창원=김인수기자>창원=김인수기자>
○…전남 고흥읍 일대에서는 지난해 11월초 시작된 격일제 급수가 12월5일부터 3일제로 급수간격이 벌어지면서 벌써 한달반 넘게 「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상오 6시부터 24시간동안 물이 나오는 급수일이면 주민들은 만사를 제치고 물받기에 매달린다. 그러나 탱크용량이 적은 아파트나 고지대 주민들은 48시간 계속되는 단수일동안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송모씨(31·여)는 『아파트가 비좁아 큰 탱크를 놓지못해 화장실 물조차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격일제 지역인 전남 곡성군 옥과면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상수도가 설치된 뒤 처음 격일제 급수로 돌입한 지난해 10월이후 주민들은 물탱크 값으로 가구당 5만여원씩 「생돈」을 물어야했다.
옥과면 일대 1천5백여가구에 식수를 대는 옥과취수장은 지난 연말 이미 바닥을 드러내 1떨어진 지동리 대형관정서 물을 끌어오고 있다. 관정서 취수장까지 급수관이 설치되지않아 고무호스로 물을 대고있어 마치 오아시스로부터 물을 공급받는 사막을 연상케 한다.
일부 지역에선 그나마 남은 물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둘러싸고 「물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영광군 농지개량조합은 지난 7일 군청에 공문을 보내 불갑저수지 상류에 위치한 신천취수장의 취수중단을 요구했다. 취수장에서 물길을 끊어버려 불갑저수지를 용수로 활용하는 2천4백㏊의 논에 물을 댈 수없다는 이유다.<고흥·곡성=송두영기자>고흥·곡성=송두영기자>
◎포철/“조업중단 70일앞” 위기/용수확보 한계… “비 언제오나” 하늘만
○…『포철 조업중단 D―70일』
50년만의 겨울가뭄으로 이미 공업용수 확보 비상체제에 들어간 포항제철과 포항철강관리공단내 82개 입주업체들은 이제 영천·안계댐에 남은 용수가 겨우 70일분밖에 안돼 불안해 하고 있다. 빠른 시일내 상당량 비가 내리지 않으면 조업단축에서 더 나아가 조업중단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포철 용수비상수급대책반은 지난해 9월이후 5개월째 「물을 보내라」고 아우성치는 전화를 받느라 야전 지휘소를 방불케 한다. 대책반 벽에는 「기필코 가뭄극복」 「낭비한 물 폐수되고 절약한 물 용수된다」는 구호가 어지럽게 붙어 있다. 이종혁(49)에너지부장은 『지하수뿐 아니라 사원주택, 사내 하수종말처리장, 인근 오천읍 주민들의 생활하수·폐수까지 재처리해 하루 6만톤의 용수를 절감하고 있다』면서 『당장 최소한 50㎜이상 비가 내리지 않으면 속수무책』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공단 입주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업체들은 저마다 지하수개발에 목을 매고 있지만 공단일대에 암반수가 없고 지표밑 30∼50에 수맥이 얕게 형성돼 물 속에 불순물과 소금기가 많이 섞여 생산설비가 망가지는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그나마 일부업체들은 지하수 개발마저 실패, 조업중단 위기에 놓였다.<포항=이상곤기자>포항=이상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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