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신호영상전환 「디코더」설치, 각종프로 시청/서울 반포지역 시험성공… 내년 전국 대도시로 확대 토요일 하오. 한 주의 일을 끝낸 회사원 이모(34)씨는 할리우드 액션영화 「스피드」테이프를 빌리려고 비디오대여점에 들렀으나 영화내용이 워낙 박진감이 넘쳐 테이프가 동났다는 주인의 설명만 들은채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집에 도착한 이씨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다. 유선방송이나 위성방송시청 장치가 없는데도 TV를 켜고 리모컨을 조작하자 「스피드」의 액션장면이 숨가쁘게 전개된다.
최근 시작된 주문형비디오 서비스에 가입한 덕분이라는 부인의 말을 들은 그는 정보화사회의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2∼3년내에 상용화할 주문형비디오(VOD)서비스가 가져올 생활상의 한 단면이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영상프로그램을 전화선을 통해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는 「즉석 주문 시청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영화와 TV, 케이블 텔레비전등 기존 영상매체에서 이용자는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내용을 수동적으로 시청한다. 주문형비디오는 이 틀을 깬다. 대여점을 찾거나 TV 방영시간을 기다릴 필요없이 원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아무 때나 능동적으로 골라 볼 수 있는 멀티미디어의 새 지평을 여는 것이다.
주문형 비디오서비스에는 컴퓨터 통신 비디오등 첨단 멀티미디어기술이 총동원된다. 이중 핵심은 다소 생소하게 들리는 영상압축기술. 통신회선을 통해 좀더 많은 정보를 좀더 빨리 전송할 수 있도록, 아날로그형태의 프로그램을 디지털형태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로 압축·저장하는 기술이다.
데이터베이스에 압축된 프로그램은 「비디오서버」라는 첨단 컴퓨터설비에 저장되고 이용자 요구에 따라 정보전송역할을 하는 비디오스위치와 전송장치를 통해 전화선을 타고 가입자의 가정에 도달하게 된다. 가입자들은 가정에서 디코더를 연결해 디지털신호를 영상으로 바꾸어 텔레비전으로 비디오를 즐기게 된다.
차세대 원격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문형 비디오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등에서 보급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지역전화회사인 나이넥스사가 뉴욕에서 시험서비스를 개시한데 이어 12월에는 유선방송사인 타임워너가 대화형 텔레비전 서비스의 하나로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본격 서비스에 나서 호평을 얻고 있다. 일본전신전화회사(NTT)도 지난해 11월부터 교토 인근 게이한 플라자라는 정보통신시범단지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한국통신이 주문형비디오에 필요한 기술을 상당부분 자체개발하는 데 성공,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서울 반포에서 가입자 1백명에게 시험서비스를 시작했다.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교육 드라마 교양 영화 스포츠 여행정보등 7개 분야 1백가지. 리모컨으로 프로그램 번호만 누르면 전화선을 통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고 노래방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비디오를 시청하면서 동시에 같은 회선으로 전화통화도 할수 있으며 되감기 빠르게 돌리기등의 부가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한국통신은 올해 서울 여의도와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에서 1천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서비스를 확대하고 96년부터 전국에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또 비디오서버를 방송사나 영화사 프로덕션등이 설치하여 일반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개방할 계획이어서 멀지않아 「주문시청시대」가 본격 개막될 것으로 보인다.<김동영기자>김동영기자>
◎VOD사업 총책/한국통신 우승술 단장/“홈쇼핑·통신강의 등 영역확대 추진”(인터뷰)
이번 서울 반포지역의 주문형비디오 시험서비스를 주도하고있는 한국통신 우승술 기업통신지원단장은 『주문형비디오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내용을 볼 수 있는 장점외에도 응용분야가 무한해 유선방송 위성방송등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보다 비교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영화 드라마 등 외에 어느 영역으로 서비스영역을 확대할 계획인가.
『통신망을 학원강의실에 연결하면 집안에서 학원강의를 수강할 수 있으며 홈쇼핑 비디오게임등도 이용할 수 있게된다』
―향후의 계획은 무엇인가.
『앞으로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과 관광등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도서관 박물관등에 실제로 가본 것처럼 동화상과 문자 음성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는 전화선을 이용하지만 초고속정보통신망이 주요지역에 연결되는 2000년에는 좀더 효율적이고 보편적인 멀티미디어서비스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번 시험서비스에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초보단계에 불과하지만 가입자들은 한결같이 말로만 듣던 미래의 서비스를 직접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모(45·주부·반포 한신8차아파트)씨는 「10년이상을 건너뛰어 21세기 멀티미디어시대에 와 있는 느낌」이라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어 기계위주에서 사람위주로 시청방식을 바꿔 놓은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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