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물갈이가 전부냐” 일부비판에 신경/경선제도입 추진… 직할통치도 강화할듯 청와대는 김종필 민자당대표에게 2선퇴진을 통보함으로써 전당대회문제의 가닥은 잡았지만 내심 걱정이 한가지 있다.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들어 김대표의 퇴진을 결정했으나 막상 국민에게 전당대회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를 예민하게 살피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김대표의 언급대로 『당의 세계화라더니 전당대회가 결국 김대표를 퇴진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청와대측은 김대표퇴진의 불가피성을 당의 변모에서 찾아왔다. 『당이 똘똘 뭉치지 않으면 다가오는 지방자치제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한 고위관계자의 말처럼 세계화를 위해서는 계파니 파벌이니 하는 현재의 모습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개혁이 개혁의 시작이자 끝』 『정치가 모든 것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김영삼대통령의 언급도 곧 민자당의 환골탈태를 주문하는 것이다. 때문에 대표가 바뀌는 문제도 물론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당의 변모를 위한 시작일 뿐이지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청와대측은 말하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는 김대표가 자신의 진퇴의사표명을 명확히 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가며 은근히 「전당대회=김대표퇴진」의 시각을 확산시키는데 대해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 『당대표를 교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전당대회를 할 필요도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당의 개혁과 면모일신』이라고 반박했다. 애당초 전당대회소집이 결정되고 세계화라는 방향이 제시됐을 때 김대표가 스스로 진퇴를 결정했으면 당의 개혁작업이 보다 쉽게 풀렸을 것이라는 지적도 빼놓지 않고 있다.
김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당의 변모는 인물과 제도의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이는 바로 세대교체와 당내 민주화로 귀착되는데 김대표가 두 가지 모두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물론 이번 전당대회에서 두 가지 과제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를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국민에게 민자당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인상은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지도체제를 개편, 당외부로부터의 수혈을 가속화하기 위한 물꼬를 트고 당내민주주의의 측면에서도 제한적이나마 경선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표가 당의 변모에 관한 김대통령의 이같은 구상을 외면하면서 수수방관해 왔다고 청와대측은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대통령도 최근 사석에서 『여론조사결과 당의 개혁을 위해서는 김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사람이 80%에 이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표가 지난 2년동안 개혁을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면서 『지금이라도 대표로서 당의 세계화를 위해 방안을 내놓기는 커녕 과거의 약속 운운하면서 구태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대표퇴진이후의 당운영은 청와대측의 설명대로 「대통령중심의 강력한 리더십」을 형성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는 50%를 밑도는 적이 없는데 민자당에 대한 지지도는 20%를 넘은 적이 없다』면서 『그만큼 당이 대통령의 개혁이미지와 동떨어져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당명과 당기, 지도체제등을 바꾸려는 것을 「YS당」이라고 비꼬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김대통령의 직할통치를 강화하는게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대표위원이 없어지는 대신 당의장이 생긴다 하더라도 대통령을 대신해서 회의를 주재하는 수준이지 당운영에 관한 역할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신재민기자>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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