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신분” 노동법보호 못받아/「값싼 인력」 집착 정식취업 불허/정부,수입공식허용·연수후 취업허가 등 대안검토 임금착취와 부당대우에 항의하는 네팔 근로자들의 명동성당 농성을 계기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법적 지위를 시급히 조정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졌다.
외국인 근로자 수입은 91년 10월 법무부의 「외국인 산업기술연수 사증발급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이 제정돼 외국 투자기업들이 현지에서 고용한 인력의 기능향상을 위해 국내 연수를 시킨다는 명분으로 공식 허용됐다. 이에 따라 1만3천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왔으나 인력관리에 문제가 잇달아 93년4월 일단 중단됐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해지자 상공자원부장관이 지정하는 산업체에까지 대상을 확대, 다시 연수생들을 데려오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처우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은 이들의 법적지위가 모호하게 규정된 데서 비롯된다. 산업기술 연수생으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형식적으로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관련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체불 폭행등 인권탄압에 시달리고, 적지 않은 근로자들이 배정된 업체를 이탈해 대우가 나은 업체에 불법취업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산업연수생 자격으로만 수입하는 것은 이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영세 중소기업들이어서 근로기준법등에 정한 각종 복지혜택이나 노조 결성권등을 인정할 경우 값싼 노동력 수입의 효과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불법취업한 근로자들은 취업계약자체가 불법 고용계약에 해당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 6조 2항은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해 지위가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 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국적·신앙등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 외국인 노동자의 지위를 보장하는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고법은 93년 11월 『불법취업중 산업재해를 당한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국내법에 따라 보상금을 주어야 한다』고 판결, 업계와 정부가 자의적으로 외국인 노동자의 지위를 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법조계에서는 근로자의 기본권에 관한 국제적 기준을 무시하고 우리의 일방적 기준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들을 처우한다면 국제적 논란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와 노동부도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현실과 권익보호를 적절히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노동부는 대안으로 「연수취업제」와 「고용허가제」, 두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중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 수입을 공식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와 한국노총은 국내 노동시장이 왜곡되고,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소지도 높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연수취업제는 산업기술연수제와 고용허가제의 중간형태다. 외국인 근로자를 현재처럼 연수형태로 수입, 최소 3개월 이상 연수시켜 연수성적과 국내 인력수급사정을 고려해 취업을 허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취업허가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는 노동관련법의 보호를 받아 부당대우에 따른 말썽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어떤 방안이든 정부가 조속히 개선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가적 이미지가 크게 손상돼 우리 기업의 대외활동에도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송용회·이태희기자>송용회·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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