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로 「아래아 한글」 소프트웨어 판매량이 70만본을 돌파했다고 한다. 89년4월 1.0판이 나온지 5년여만의 일이다. 아래아 한글이 한국의 컴퓨터 소유자들에게 미친 영향은 한국의 그 어느 소프트웨어보다 클 것 같다.아래아 한글의 해적판은 정품의 3배가 된다는 추정이니 한국의 컴퓨터를 4백만대로 잡으면 컴퓨터용 한글의 70%를 점했다는 얘기다. 한글 소프트웨어 시장을 「통일했다」는 주장이 나올 만 하다. 신세대 창업자들이 만든 이 회사의 벤처 캐피털리즘은 「장길산」이나 「동의보감」같은 밀리언셀러 소설과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정보화사회에서 창조를 위한 도구(TOOL)이기 때문이다.
얘기는 다르지만 요즘 신세대가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은 자동차와 휴대폰, 삐삐라는 조사결과가 며칠전 나왔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자크 아탈리가 말하는 유목(NOMADE)재화이다. 그의 전망은 모든 재화와 용역이 유목화,즉 휴대형이 된다는 것이다. 이동성과 정보수수의 독립성 확보라는 인간의 욕망이 신세대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것이다. 그런 기기에 무슨 내용이 실릴지는 모르지만 정보화사회의 객체가 안되려는 신세대의 진실은 분명하다.
지금 모두가 정보화사회와 정보고속도로건설을 말하고 있다. 정보소통의 일대 혁명이다. 우리는 경제의 근대화를 위해 60년대말부터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고속도로는 환경을 파괴했지만 인원과 재화의 수송에 유용했다. 90년대부터의 정보고속도로건설은 무엇을 파괴할지 모르나 정보와 용역의 수송, 인간인식의 확장에 유용할 것이다.
이제 한국도 누구나 관심을 갖고 원하기만 하면 세계의 정보를 얻는 세상이 되고 있다. 산간 벽지에서도 휴대폰과 위성안테나와 노트북컴퓨터로, 이웃집에 연결하는 속도로 정보화세계에 접속해 지구를 호흡한다. 정보 민주주의 시대다. 정보화시대에 지방자치가 꽃피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보화는 세계를 내 품에 끌어안는 국제화이면서 동시에 정보가 거리개념을 탈피해 도처에 고루 존재하는 지방화에 통한다. 그러면서 우리사회는 정보화의 버팀목으로 물가에 못지 않게 지가가 존중되는 사회로 탈바꿈하고 있다. 아래아 한글의 성공은 바로 우리 곁에 다가온 지가사회를 웅변한다.<과학부장>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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