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실패·반대파 제거기도 등 악수 연발/옐친신임 잃고 정치권비판에 직면 “위태”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의 군총참모부에 대한 직할통제 여부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체첸침공을 주도한 파벨 그라초프국방장관이 정치적 희생양이 될 공산이 커졌다.
그라초프는 이번에 군사작전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했고 군부를 분열시키는 등 악수를 연발, 옐친에게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1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체르노미르딘총리와 상·하원의장등 4자회동에서 국방부가 관할하는 총참모부의 통제권을 대통령이 직접 행사하는 문제가 논의된 것도 그라초프에 대한 옐친의 신임저하와 정치권의 비판등이 복합적으로 얽혔기 때문이다.
체첸침공과 관련, 그라초프의 큰 잘못중 하나는 이번 사태를 이용, 군부내 반대파를 제거하려 했다는 것이다. 체첸침공에 반대한 군부인사들은 대부분 그라초프의 정치적 라이벌이다. 국방차관중 한사람인 보리스 그라모프는 오는 96년 대선후보로 주목되고 있으며 군부에서 가장 인기있는 게오르기 콘드라체프 국방차관은 차기 국방장관감으로 꼽히고 있어 사사건건 그라초프와 반목을 빚어왔다.
그라초프는 지난해 언론인 폭탄테러사건및 군부패와 관련, 직위해제된 부르라코프전국방차관등 측근세력들과 자신이 궁지에 몰리자 이를 만회하고 옐친의 재신임을 얻기 위해 침공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옐친 역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무력사용을 결정했으나 현상황은 그의 의도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그라초프가 해임되더라도 군부의 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국방장관이 경질될 경우 후임으로는 미하일 콜레스니코프 총참모장을 비롯한 안드레이 니콜라예프 국경수비대사령관, 코베츠국방차관, 블라디미르 세몌예노프 지상군사령관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누가 국방장관이 되든간에 지난 91년 이후 군비삭감과 병력감축, 형편없는 대우로 불만이 팽배한 군의 사기와 기강을 바로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군부는 구소련시절부터 권력의 핵심세력이었다. 옐친대통령이 체첸사태를 계기로 표면화된 군부세력의 불만을 여하히 추스려 권좌를 유지할지 주목된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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