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개혁 지연우려”서둘러 접근/향후 입지보장 구체내용 관심 김영삼대통령이 지난 10일 김종필 민자당대표와의 극비회동에서 2선후퇴를 공식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김대표의 거취문제를 둘러싼 여권갈등은 막바지 고비를 맞고 있다.
김대표의 「명분없는 대표직사퇴 불가」발언이 나온 다음날 이뤄진 이날 독대에서 김대통령은 『세계화를 향한 당개혁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당명은 물론 조직과 사람의 틀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짜야 한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이어 이같은 당세계화 작업을 김대표가 책임지고 마무리해 줄 것을 주문하며 전당대회이후 김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면 두사람의 신뢰관계에 입각, 김대표의 입지를 책임지고 보장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이 자리에서 김대표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문제해결을 위해 다시 만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해 김대표에게 공이 넘어갔음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여권 고위소식통은 『10일 청와대회동을 사실상 분수령으로 보아도 될 것』이라며 『김대통령의 성격상 하고 싶은 얘기를 우회하거나 할말을 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여 김대통령이 정공법으로 문제에 접근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김대통령이 빠른 속도로 김대표문제에 정면대처한 배경과 파장은 몇가지로 점쳐볼 수 있다.
우선 김대표가 지난 9일 예기치 못하게 여권핵심부의 얼굴없는 압력을 공개비난하며 반발한 이상 시간을 끌 경우 피차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문제해결이 더욱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여권핵심부는 당초 당명및 당헌개정등으로 자연스레 분위기를 몰아간 후 그 흐름속에서 김대표문제를 부각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김대표의 퇴진여부에 초점이 맞춰짐으로써 일의 수순이 거꾸로 된 것등도 김대통령의 단안을 재촉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는 김대표문제가 불거진 이후 충청권과 구여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지만 정부조직개편에 걸맞게 당을 변혁시키겠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임을 재차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구상의 핵심은 3당합당의 유산과 기득권 타파로 모아지고 그 지렛대는 지도체제인데도 김대표문제에 걸려 당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해지자 어떤 식이든 양단간에 결론을 서둘러야 했다는 얘기이다.
김대통령이 김대표와의 회동에서 ▲경선도입 등 당내 민주화 ▲정책정당화 ▲전문가집단의 충원등 나름의 민자당구상을 설명하며 리더십의 강화와 세대교체를 강조한 것도 음미할 대목이다. 여권핵심부가 김대표 이후의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저울질하며 정계개편 등 정치권의 지각변동쪽에도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는 관측이 갈수록 분분해지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와함께 관심은 김대표의 퇴진조건으로 과연 무엇이 제시됐느냐는 것이다. 여권관계자들은 『대통령이「퇴진이후를 보장하겠다」고 말한 행간을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구차스럽게 어떤 자리를 제시하고 무엇을 주겠다는 식으로 얘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대표도 대략적이나마 2선퇴진 후 자신에게 주어질 예우와 영향력의 수위를 감지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회동 후 김대표의 태도로 미뤄봐 김대통령의 복안이 과연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여권관계자들은 최근 김대표의 잇단 행보를 「숙고의 시간」으로 이해하며 결국엔 피차가 악수하는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두 사람의 파워게임은 지금부터라는 시각도 적지않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김대표 인터뷰/“소신따라 생활… 누구도 두렵지 않다”
김종필민자당 대표는 12일 아침과 낮에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영삼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내용과 자신의 퇴진문제에 대한 심경등을 토로했다. 그는 시종 여유를 보였지만 답변 곳곳에는 여권핵심부에 대한 서운함과 불편한 심경이 짙게 배어 있었고 뭔가를 「궁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청와대 회동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가.
『할 말이 없다』
―청와대측에서는 대통령이 할 얘기를 다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하던데.
『여러분에게 들려줄 거리가 없다』
―청와대 회동 후 대표의 태도가 달라진 듯하다는데.
『변한 일도 없고 변할 이유도 없다』
―자주 언급하는 대의정치론은 내각제개헌을 염두에 둔 것인가.
『이제 대의정치의 뿌리를 깊게 내리자는 교과서적인 얘기다』
―지금까지의 정치역정을 보면 항상 대세에 순응해 2인자 위치를 지켜왔는데.
『내가 언제나 소신을 죽이고 살아온 것은 아니다. 나는 소신대로 살기 때문에 진시황이 아니라 누구라도 두렵지 않다. 고마운 조국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며 여생을 보내겠다. 내가 요즘 「모택동전기」를 읽고 있는데 대개의 지도자가 그렇듯 모도 형편없는 사람이더라. (손짓을 섞어가며)자기는 뒤에 멀찌감치 물러앉아서 아랫사람에게 모든 걸 시키고 모두를 동정하는 척하다가 분란이 일어나면 한 순간에 쳐버렸다』
―대표직은 끝까지 고수할 생각인가.
『내가 자꾸 대표직에 연연하는 것으로 보지 마라. 과거 5공화국때 신민주 공화당을 만들어 여러 방해를 물리치고 35명을 국회의원에 당선시킨 사람이다』<김동국기자>김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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