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안정은 정책운용에 달려/경기·정국고비때 한눈팔면 상승 불가피 『과연 땅값 집값이 떨어질까』 부동산실명제 실시 발표이후 경제전문가 기업인등 부동산경제학을 좀 안다는 사람은 물론이고 일반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이다. 부동산실명제가 실시되면 부동산가격을 구조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는 셈이다. 문제는 제도가 완비되었다고 하여 땅값안정(땅값하락)이 자동적으로 보장되느냐이다. 결코 그렇지 않다. 부동산실명제는 금융실명제와 함께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을 추적, 응징할 수 있는 최상의 정책수단이다. 금융실명제의 후속조치로 96년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제가 시행되면 전국민 개개인별로 금융소득의 내역을 정부당국이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
금융전상망에는 은행 보험 증권 투자금융등 모든 금융기관의 자금거래가 자동 수록된다. 토지거래도 마찬가지다. 정부당국은 토지전산망가동과 부동산실명제 실시로 전국적으로 약 3천2백여만필지에 달하는 토지의 소유권변동상황을 손금보듯 파악할 수 있게 됐다. A라는 사람이 신개발지역에서 B로부터 5억원을 주고 2백평의 땅을 샀다고 하자. 국세청등 정부당국은 A라는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자금출처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무거운 증여세가 부과된다. B가 이 땅을 팔아 얼마의 이익(양도차익)을 챙겼는지도 정확히 할 수 있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부동산투기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택지초과소유부담금 개발부담금 농지·임야매매허가제 토지초과이득세 투기감시특정지역고시등 기존의 부동산투기억제수단도 강력하다. 부동산실명제는 투기억제정책의 마지막 카드다. 더이상 나올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들은 사실 하드웨어에 속한다. 관건은 제도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다. 값비싼 악기(하드웨어)들을 구입해 놓았다 해서 반드시 좋은 관현악이 나오는 게 아니다. 연주자가 악기연주(소프트웨어)를 잘해야 한다. 지휘자(경제사령탑)의 능력도 아주 중요하다.
땅값이 떨어지는냐의 여부는 결국 「정책운용의 묘」에 달려있다. 최근들어 부동산가격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구조적인 현상은 아니다. 언제 폭등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그 기점이 올해가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영삼대통령이 새해벽두에 부동산실명제실시 방침을 전격 발표하면서 이같은 전망은 기우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부동산실명제가 지속적인 땅값하락을 가져올 지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정책수단을 쥐고 있는 정부당국이 정권교체기등 결정적인 시기에 느슨한 자세를 취하거나 경기침체기에 경기부양책으로 은근히 부동산경기를 부추기면 땅값은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땅값이 하락하느냐 아니냐는 완전히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부동산투기가 다시 일어 땅값이 상승할 경우 전적으로 정부책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땅값하락정책은 이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땅값상승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암적인 존재다. 부동산값동향은 물가 임금과 직결되어 있다. 금리상승도 부추긴다.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가격은 물가 임금 금리 물류비용등 비용구조의 핵심고리다.
부동산실명제의 목적이 정치사회적으로는 사회정의 실현이겠지만 경제적으로는 국제경쟁력강화인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비용이 오르는 상태에서 대외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현재는 땅갖고 있는 것이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가파괴」로까지 연결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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