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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사관학교 「마쓰시타정경숙」 탐방(일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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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사관학교 「마쓰시타정경숙」 탐방(일본 리포트)

입력
1995.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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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일지도자」 키운다/학력불문 22∼35세대상, 선발시험은 엄격/교과·강사없이 자수자득… 연구·생활비지원 일본의 대표적 인재양성기관으로 알려진 마쓰시타정경숙(송하정경숙)의 하루는 어둠속에서 시작된다. 새벽 6시. 30여명의 젊은이가 일제히 비를 들고 나와 청소를 한다. 두어 시간뒤. 이번에는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본관 현관에 모였다. 종이 울리는 가운데 지그시 눈을 감고 잠시 명상에 잠긴 뒤 조회를 갖는다.

 도쿄부근 소도시인 치가사키에 있는 마쓰시타정경숙을 취재진이 방문한 날은 마침 연례 야간 단독 행군이 있던 날이었다. 행군 거리는 총 1백. 이 행군의 특징은 밤 12시에 출발한다는 점과 절대로 혼자서 이 거리를 다녀와야 한다는 점이다.

 『장비가 무거우면 버려도 됩니다. 정 힘들면 중간에 포기하십시오』 88년에  들어온 고참 선배 구하다 겐야씨(31)가 준비회의에 참석한 후배들에게 열심히 설명을 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한 숙생이 대꾸한다. 『아예 가기 전에 히로뽕이나 한 대씩 맞으면 어때요』 순식간에 웃음 바다.

 준비하는 모습만 봐서는 1백 행군이 아니라 소풍을 떠나는 것 같다. 그만큼 분위기가 자유스럽다.

 『가기 싫으면 안가도 됩니다. 지금 회의에 참석 안해도 되고요. 여기서는 아무런 강제가 없습니다. 모든 걸 개인에게 맡기지요』

 지난해 4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입소한 유민호(33·SBS 보도국 기자)씨가『혹시 실망하지 않았느냐』는 투로 이곳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사실이 그렇다. 창백한 수재형 젊은이들이 늦게까지 책과 씨름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찾아온 방문객에겐, 통제되지 않고 자유분방한 숙생들의 모습이 적잖은 실망을 안겨준다고 한다.

 그래도 이날은 다행이다. 열댓명밖에 안되는 숙생들이 그나마 자기 공부한답시고 지방으로, 외국으로 떠나는 날이 많기 때문에 정경숙은 인기척마저 느끼기 어려운 날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썰렁함, 그 분방함 속에서도 마쓰시타정경숙의 젊은이들은 열심히도 공부를 한다. 물론 이들에게 정해진 교과목은 없다. 별도의 교수나 강사도 없다.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도 혼자 궁리해야 하고 또 거기에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갈지도 알아서 계산해야 한다. 특별히 숙훈에 「자수자득」을 집어넣은 것도 「알아서 하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다만 새벽 청소와 다도에는 빠지면 안된다. 마쓰시타정경숙에서 다도는 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본관에서 대나무가 무성한 뒷길을 따라 걸어가면 신신암)이란 다실이 나온다. 일본식 정원이 아담하게 꾸며져있고 새소리가 들려오는 신신암은 마쓰시타 고노스케(송하행지조) 회장이 가끔 묵던 곳으로 지금은 숙생들이 다도를 익히는 장소로 이용된다.

 정경숙은 숙생들에게 자수자득을 요구하지만 이를 위한 완벽한 지원을 하고 있다. 수업료와 입학금이 일체 없으며 생활비와 공부에 필요한 돈을 대줌으로써 숙생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마쓰시타정경숙은 젊은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끈다.  그러나 숙생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몇차례의 까다로운 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국적이나 학력은 보지 않지만 나이는 만 22세에서 35세 사이여야 한다.  최근에 뽑은 16기에는 무려 2백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뚫었기 때문에 마쓰시타정경숙 숙생들은 대단한 엘리트로 인정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숙생들은 그런 평가가 부담스럽다.

 한 숙생은 『이곳에 엘리트를 키우기 위한 어마어마한 프로그램이 있고 또 졸업생들은 모두 엘리트라는 식의 이야기는 과장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없이도 자기 공부를 할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쓰시타정경숙에 높은 점수를 매긴다.<치가사키=박광희기자>

◎79년 마쓰시타전기서 설립/작년까지 150명 졸업… 중의원15명 배출/경제·언론진출도 상당수 「숙생모임」준비

 마쓰시타 전기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79년 『다음 세기를 이끌 인재를 키우겠다』며 태평양과 후지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가나가와현(신나천현) 치가사키시의 바닷가에 정경숙을 세웠다. 

 마쓰시타정경숙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가장 큰 이유는 이곳 출신 젊은이들이 벌써부터 대단한 세를 과시하기 때문이다.

 94년까지의 졸업생 1백50여명중에는 중의원 의원이 15명, 각종 지방의원이 역시 15명, 시장이 1명씩 포함돼있고 경제·매스컴·교육분야에도 상당수 진출했다.

 중의원 의원 15명은 당적이 다양하지만 소속 정당을 초월, 정치에 새바람을 몰고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끼리 뭘 할 생각은 없다』며 말조심을 하지만 결속이 없을리 없다. 실제로 이들은 지금 독자 입법이 가능한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인 이들 마쓰시타정경숙 출신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운이 좋다는 것이다. 실력과 경륜이 부족한 이들이 당선된 것은 기존 정치인의 부패에 따른 반사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그래도 젊은 정치인이 많아야 정치가 깨끗해지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그런 면에서 마쓰시타정경숙 졸업생의 정계 입문은 오히려 더 권장돼야 한다는 것이 이같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의 논리다.

 졸업생의 정계진출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 마쓰시타정경숙 숙생들은 대부분 정치인이 되고 싶어한다. 또 그걸 당연시 여긴다. 그래서 마쓰시타정경숙을 「정치인 사관학교」로 부르는 사람이 많다. 다만 「정치인 사관학교」라는 말이 「정치꾼 양성소」를 의미한다면, 또 정치이외의 분야에는 문외한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면 별로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고 마쓰시타정경숙 숙생들은 말한다.<치가사키=최성욱기자>

◎「정경숙」 입소/사카모토 하루미/한일관계 개선 해법찾기 열정(인터뷰)

 사카모토 하루미(판본치미·여·29)씨는 한국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우리 말을 공부하기도 한 그녀가 93년 마쓰시타정경숙에 들어온 이유도 바로 한일관계의 매듭을 푸는데 일조를 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에서 배운 역사와 한국에서 알게 된 역사 사이에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보는 두 나라 사람들의 시각을 좀더 정확하게 전달할 가교역을 하고 싶어 마쓰시타정경숙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메이지대학(명치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그녀는 그래서 작년 2월 「독일·폴란드의 관계에서 한일 관계의 해법을 찾아보기 위해」 독일과 폴란드를 찾기도 했다.

 공부하느라 개인 시간이 거의 없다는 그녀는 학비보조금은 물론 생할비까지 받고 있으니 게으르면 안된다』고 말한다. 때문에 늘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느끼고 있다. 정치를 할 마음은 없지만 준비는 해야 한다는게 그녀의 생각.<치가사키=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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