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삶과 꿈이 미래의 힘으로…” <우리는 우리의 노래를 부르려 하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을 위하여 지난 겨울을 나며 우리가 부른 그 노래를 소리죽여 다시 그 노래 들어주던 돌배나무 한 그루 창 밖에 꽃펴 환하게 웃고 있네>우리는 우리의 노래를>
유신정권과 80년대를 학생·노동운동으로 헤쳐나와 이제는 치과의사로 자리잡은 김영환(39·사진)씨의 두번째 시집 「지난 날의 꿈이 나를 밀어간다」(실천문학사간)에는 나직한 희망이 엿보인다. 출소 날에 추가기소되어 「아무도 없는 0.7평의 독방」에 갇히던 세월의 상처에도, 납인두 작업을 하며 오빠등록금을 보탠다고 두 끼 라면으로 배를 채우다 쓰러진 광순이 머리맡에 「달걀 한 줄을 놓고 나서던」 쓰라린 추억에도 그의 시는 함부로 거칠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들은 거름이 됐다. 「썩어가는 것들은 소중」한 줄 알았고 그래서 「지친 내 영혼을 밀어」간다고 했다.
이번 시집에는 잠언같은 짧은 시, 서정시도 있지만 수감·노동운동시절의 기억과 자기반성을 담은 시들이 주종이다. 『지난 시절 삶과 꿈들을 그대로 보여주려 했다』는 김씨는 『그것들이 미래의 청사진을 넘겨 보여주진 않겠지만 따뜻한 희망과 힘이 될 수는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김씨의 시들은 솔직담백하면서도 냉소로 굳어버린 마음을 녹여주는 온화함을 갖고 있다. 「흙 속의 흙을 보면/언제나 딛고 선 두 발을 보면」 말목장터도, 그 나무도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건강한 정신 덕분일 것이다.<김범수기자>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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