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화에맞는 교육·관리체계 필요/일선근무않고 바로 대학편입도 문제 9일 일어난 현역장교 강도사건으로 전군은 충격과 비통에 휩싸여 있다.
군은 지난해 9월 장교무장 탈영사건 이후 열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도 깊은 반성과 함께 재발 방지를 다짐한 바 있다. 당시 군은 『군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윤리와 도덕, 법규및 지휘통솔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며 『장교 양성교육기관에서는 현재 교과내용을 재검토하고 초급장교들이 실무부대에 조기적응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다짐한바 있다. 이번 장교강도사건으로 이러한 다짐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음이 확인돼버렸다.
공교롭게도 10일은 국방부에서 신임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등이 심기일전의 새출발을 다짐하는 전군주요지휘관회의가 열린 날이었다. 회의가 시작되기전 일부 장성들은 『참으로 부끄럽다. 도저히 군복을 입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비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양호 국방장관은 이례적으로 장관훈시를 회의 벽두에 했다. 그는 전방 화악산의 기온을 물은 뒤 『영하 20도가 넘는 곳에서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이 있는데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터져 매우 유감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회의가 더 없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60만명이 넘는 건장한 남자들이 모인 군에서 각종 사고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장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비상식적인 사건은 장교들의 기본적 자질과 품성에 관해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무규범적인 사회의 세태가 그대로 병영에 반영되고 있는데도 군은 시대상황에 맞는 교육및 관리체계 개발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의 요인중 하나인 위탁교육생의 운영과 관리도 이같은 점에서 질책을 피할 수 없다. 초급장교들을 일반대학에 편입시키는 위탁교육은 군인의 자질과 자부심을 높이고 민군관계를 개선해온 긍정적인 제도다. 하지만 적지 않은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은 채 시행된 결과 강도사건을 일으키는 장교를 배출했다는 오점을 남긴 것이다.
현재 위탁교육을 받고 있는 장교들은 국내 24개 대학 3백77명, 국외 2백24명등 모두 6백1명. 서울대 58명, 연세대 93명, 고려대 51명등이다. 위탁교육은 보통 임관 후 소대장 근무를 1년이상 한 뒤 자격이 주어지나 법무·의무분야는 임관과 동시에 편입한다. 학제가 길고 자격시험을 치르는 두학문의 특수성을 인정해 지난 90년 부터(육사46기) 일선 근무 경험없이 바로 대학생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군사전문가들은 생도들이 장교의 책임과 윤리에 대한 명확한 자각없이 바로 대학생이 됨으로써 자신의 신분을 혼동해 사고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또 고교생들이 군의 이러한 제도를 악용, 의대·법대를 가기 위해 육사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외에도 위탁교육 장교들의 평소 관리에도 허점이 적지않다. 교육생들은 소속 대학의 학군단 감독 아래 있으면서 1년에 한번, 겨울방학마다 일주일씩 집체교육을 받는다. 장교들의 대학생활에 최대한 자율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짧은 교육기간으로 교육생들이 군인정신을 유지토록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이밖에 군내에서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낮에 총기를 훔쳐 나갈 정도로 허술했던 육사의 경비태세도 문제를 삼고 있다. 육사는 최근 학교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캠퍼스를 개방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군이 처해 있는 과도기적인 여러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대응책역시 구조적인 측면에서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군은 지금 시련에 처해 해결책마련을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손태규기자>손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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