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균열기대 관망세서 탈피/대의원서명 등 「실력행사」 선언 전당대회문제를 둘러싼 이기택대표와 동교동계가 사활을 건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의 한켠에는 또 하나의 무시못할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비주류의 리더인 김상현 고문과 개혁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부영 최고위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2,3월중 조기전당대회를 통한 당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대표와 최고위원을 완전 경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현재 이대표측과 동교동계의 협상추이에 비춰볼 때 양측이 천신만고끝에 타협안을 도출해낸다 하더라도 다시 이들 두사람의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최고위원은 『이대표나 동교동계가 논의중인 어떤 절충안도 우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그럼에도 김고문과 이최고위원은 그동안 양진영의 대결을 묵묵히 관망해 왔다. 협상의 구도를 단순화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과 함께 주류내부의 균열이 자신들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작용했다. 그런데 이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고문은 10일 『11일 당무회의에서 조기 대회를 결정하지 않으면 대회소집을 위한 대의원서명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혀 사실상 「실력행사」를 선언하며 『더 기다릴만한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최고위원측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김고문은 2월에 서명에 의한 임시전당대회를 소집, 3월중 정기 대회를 열기로 당헌을 개정한 뒤 3월 대회에서 경선을 하겠다는 복안이다. 김고문측은 이미 지난9일부터 1박2일간 성남 새마을연수원에서 1백18명의 「서명요원」에 대한 교육을 끝마쳤다.
김고문은 『대의원의 80%와 대부분 중도파 의원들이 조기 대회를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서명과정에서 이쪽의 세가 드러나면 동교동계도 어쩔 수 없이 조기 대회에 합의해 줄 것이라는게 김고문의 희망섞인 분석이다. 이렇게 보면 서명작업은 일단 동교동계에 대한 압박수단인 셈이다.
그러나 김고문이 한발짝 더 나아가 대회소집까지 강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러갈래의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김고문 본인은 『설령 동교동이 지자제선거후 전당대회에서 나를 공개 지지하겠다고 약속한다 하더라도 조기 대회는 양보할 수 없다』며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서명을 통한 대회소집이 당헌상 가능할지는 모르나 실제로는 계파간 합의와 협력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동교동계는 벌써부터『우리가 서명의 진위를 확인하는데만도 한달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김고문측의 움직임에 「냉소적인」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김대중아·태평화재단이사장과의 「미묘한 관계」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최근 동교동계의 분위기로 볼때 전당대회 소집강행은 DJ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비쳐져 호남이 주요 지지기반인 후농(김고문의 아호)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김고문진영 내부에서 제기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와 관련, 김고문의 핵심측근은 『조기 대회의 관철여부와 관계없이 지금 김고문의 주장이 대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김고문이 동교동계와의 협상에서 자신의 명분과 정견만 분명히 해놓는다면 8월 대회에서도 그에게 유리한 선거여건이 조성될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서명작업은 전당대회 연기상황까지 고려한 양수겸장의 포석이라는 것이다.<유성식기자>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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