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강화차원 “단기간”허용/“재테크땐 제도만 무력화”우려 정부는 9일 명의신탁을 금지하는 부동산실명제 실시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업이 다수로부터 사업용토지를 사들일 때에는 단기간동안 명의신탁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장용지 매입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공장용지 매입을 위한 명의신탁 예외규정은 앞으로 정하게 될 「부동산 실소유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에서 보다 명확히 결정될 전망이다. 이 법에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단기간」의 정의, 명의신탁허용 토지의 공장용지 인정범위 등이다.
예를 들어 삼성이 99년 전북 군산일대 10만평의 대지위에 승용차공장과 부대시설을 짓기로 하고 인근땅 13만평을 1년여에 걸쳐 명의신탁으로 매입한 경우 「공장설립 신고전 6개월이내에 명의신탁된 토지에 한하고 공장용지와 부대시설용지만을 불가피한 기업의 명의신탁부동산으로 인정해 이를 넘는 3만평에 대해서는 명의신탁된 기업의 공장용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등이 분명해져야 한다.
기업이 공장을 짓기 위해 일정지역의 땅을 매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 해당지역 토지소유자들이 더 높은 땅값을 받으려고 하고 심한 경우 아예 안팔겠다고 버티는 현실에서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또 기업의 경쟁력강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이같은 명의신탁 예외인정에 대해 일부 관계자들은 그러나 「부동산실명제의 실효성을 의심케 하는 결정적인 잘못」으로 지적하고 있다. 일정기간 명의신탁을 인정하게 되면 국내기업의 행태상 부동산실명제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업의 명의신탁 토지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부동산을 완전히 은폐하기 위해 기업의 회계장부에도 기재하지 않고 명의신탁하는 경우이고 실제 공장용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토지구입비를 회계장부상에 기재하고 관련 세금을 모두 내면서도 공장을 짓기 위한 인근부지의 땅값상승을 우려해 명의만 빌리는 경우다. 정부가 명의신탁 예외로 인정하겠다는 부분은 바로 장부상 기재한 경우의 명의신탁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장부상 기재하지 않은 은닉명의신탁재산이다.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대규모 부동산이 전국의 땅값안정을 해치고 기업의 부도덕성을 드러내는 대표적 이유도 이같은 은닉재산때문이다. 기업의 업무용부동산에 대한 명의신탁예외규정은 바로 이번 부동산실명제를 피하는 수단의 하나로도 활용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미 명의신탁된 재산에 대해 기업이 수탁자와 다시 철저한 약속을 하고 실명화된 것처럼 위장한뒤 오랜 기간후 제3자에게 실명으로 사고 팔게 한뒤 기업이 이를 공장용지로 활용하기 위해 나중에 산 사람의 이름으로 명의신탁했다고 주장하고 장부에 기재하면 허용되는 명의신탁이라는 것이다.
건설교통부등 관계당국은 물론 『경과기간중 실명으로 전환하지 않은 토지가 이처럼 위장 거래될 경우 자금출처조사등을 통해 분명히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실명제아래에서도 기업만큼은 분명히 과다한 세부담등을 이유로 실명거래를 피해갈 수 있는 길을 갖게 된 것으로 지적, 자칫 부동산 실명제 전체의 유명무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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