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대표 쫓아내는것 안돼”/백의종군 일축… 표정밝아 의중관심 정치상황이 꼬이면 김종필민자당대표는 침묵한다. 최근 개혁과 세계화라는 명분아래 자신을 퇴진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자, 그는 어김없이 「침묵의 장고」에 들어갔었다. 그런 그가 9일 거침없이 사퇴불가의사를 피력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고 여러 장소에서 여러 차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의 어조에는 격분과 냉소의 색채가 짙게 스며나왔다. 그동안 그의 흉중에 응어리가 차곡차곡 쌓여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있다. 하지만 표정은 밝았다. 이미 마음을 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분위기다.
김대표의 속마음은 이날 아침 생방송으로 진행된 한 라디오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김대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다듬어놓고 있다. 지켜볼 일이 있어 유보하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나대로 갈 것이다』라는 경고성 발언도 던졌고 『지자제선거를 위해서는 허튼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간접화법이지만 사퇴불가의 의사표시였다.
그는 이날 아침 청구동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제기된 「백의종군」과 관련, 『무슨 백의종군이냐. 나는 내년 5월(15대총선)까지는 국회의원이다. 잘못 판단하지말라. 고소(고소)에서 멀리 쳐다보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당사로 출근한 김대표는 확대당직자회의에서 공화계인 조부영(조부영)의원이 『지도부가 지도체제문제를 정리해 달라』고 질문하자 『우리 당의 세계화가 대표를 쫓아내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렇다고 내가 요지부동이라는 말은 아니다』며 여운을 남겼지만 무게중심이 사퇴거부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이 분명했다.
회의후에는 대표실로 몰려든 기자들에게 『나갈 때는 붙들어도 나간다. 그러나 나갈 이유가 없으면 나가라 해도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떠난뒤 김대표는 찾아온 몇몇 의원들에게 『이제까지 머리가 무릎까지 닿도록 협조했는데 이제와서 이게 뭐냐』고 여권핵심부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그는 또 『국가와 당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 다 바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돌아가는 사정을 대표인 나에게 한마디도 협의없이 그럴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혁명한 사람이다. 그런 내가…』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했다.
그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고 이날 점심·저녁을 몇몇 가까운 의원들과 함께 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일단 총재를 만나 개혁과 기구개편의 틀을 짚어보고 김대표의 거취도 알아보라』고 조언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하루동안 김대표가 보여준 언행은 자신을 밀어내려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한 반발로 해석되고 있다. 아울러 그 이면에는 자신의 사퇴가 지자제선거에서 충청도지역과 보수계층의 이반(이반)을 초래하고 범여권정서를 흔들리게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도 깔려 있는 것같다.
따라서 김대표를 퇴진시키려는 여권일각의 움직임은 일단 장애에 걸리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의 신중한 자세나 민주계 당직자들의 곤혹스러운 표정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때문에 금주중으로 예상돼온 청와대주례회동도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오고있다. 그렇다고 지도부개편을 통한 당개혁방향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상황은 이제부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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