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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과 화장(장명수칼럼: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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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과 화장(장명수칼럼:1766)

입력
1995.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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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지난이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서울의 소망교회(담임목사 곽선희)와 사랑의 교회(담임목사 옥한흠)가 교인들을 상대로 사후 장기기증과 화장장려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한국일보 1월8일자 17면)은 매우 반갑게 들린다. 우리나라의 묘지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꾸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각 종교의 솔선수범인데, 「부활」을 믿는 교리 때문에 화장을 꺼리던 기독교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특히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대화를 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장을 선호하고 있다. 국토를 잠식해 가는 묘지면적에 대한 우려, 묘지를 구하는 경제적 부담, 명당여부를 따지는 심리적 부담, 과연 후손들이 언제까지 묘지를 돌볼 것인가에 대한 의문 등을 열거하다 보면 결국 화장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그러나 막상 가족중 누군가의 상을 당하면 대개 묘지를 구해 매장하는 쪽으로 타협하게 된다.

 본인이 화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는데도 차마 화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또 가족들이 찾아갈 묘지라도 있어야 한다는 아쉬움에서 매장하는 경우가 많다.

 화장을 하되 가족의 유골을 대대로 함께 모시는 영구 가족묘지를 만들어 묘지난을 해결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묘지와 길흉화복을 연관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유난히 강한 전통 때문에 막상 시행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이런 예민한 문제들 때문에 정부도 묘지면적을 제한하는 수준이상의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그러나 종교의 힘은 죽은 사람을 보내는 방식에 대한 가족들의 고정관념, 길흉화복에 대한 우려등을 녹일 수 있을 것이다. 각 종교들은 교회나 사찰별로 공동묘지를 마련하고 있는데, 묘지제공 뿐 아니라 장례방식을 개선하는데도 시범을 보였으면 한다.

 소망교회는 곤지암의 수양관에 「소망성도지묘」라는 공동비석을 건립하고, 사망한 신도들을 화장하여 그곳에 재를 뿌릴 것이라고 한다. 그 묘지는 가족공동의 화장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형태로 자유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사랑의 교회도 같은 형태의 성도공동묘지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많은 신도들이 재로 뿌려진 공동묘지를 수양관옆에 마련하는 교회가 늘어난다면 묘지문화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교회들은 이와 함께 집에서 장례를 치르기 힘든 신도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장의시설을 갖춰서 바람직한 장의절차를 권장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종교열풍이 강하게 부는 나라에서는 사회개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종교의 힘과 책임이 매우 큰데, 그동안의 성과가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두 교회의 사후 장기나눔과 화장하기 운동은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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