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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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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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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를 남이 사면 과소비이고 내가 사면 생활필수품이라는 생각은 의식의 이중구조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사례의 하나다. 교통법규를 어겼을 경우에도 비슷하다. 남이 위반하면 불법이고 내가 위반하면 불가피한 실수로 치부해 버리려고 한다. 공공의식의 괴리현상은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새해들어 실시된 쓰레기종량제도 비슷한 현상을 나타냈다. 연말연시엔 쓰레기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폐품은 약속이라도 한듯 거리에 일제히 나앉았다. 뒤처리야 어찌됐든 한푼이라도 아끼자는 발상인 것이다. 그런가하면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종량제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배출량이 평소보다 29%가량 감소했다. ◆그런데도 얌체족이 있다는 것이다. 몰염치 백태가 다채롭다. 염치는 양심이다. 청렴하고 깨끗해서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기도 하다. 부끄러움을 안다는게 공동생활에선 중요한 일이다. 염치는 얌치라고도 쓰이는데, 얌치가 없는 사람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 「얌체」다. 그리고 이처럼 수치를 모르는 족속을 얌체족이라고 조롱하듯 표현한다. ◆얌체는 의식의 이중구조 때문에 생겨나는 것 같다.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안된다는 사고의 괴리가 그 요인인 것이다. 이런 것이 바꿔 말하면 독선주의와 집단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악폐와 의식의 괴리를 극복하는 길은 건전한 시민의식의 회복에 있다. 시민의식의 뿌리는 공동체의식이다. 나보다 우리를 먼저 떠올리면 얌체는 사라지게 마련이다.◆「허물이 있거든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라」는 논어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런 의식이 바로 세워지면 교통질서도 쓰레기종량제도 제대로 자리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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