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풀린 투자 방북길/위탁가공생산 가장 활성화될듯/「투자·신변보장」등 안돼 장애물로 95년 남·북한간 경제교류의 가도에는 일단 청신호가 켜져 있다. 정부의 남북경협 활성화조치와 이에 따른 쌍용그룹 투자조사단의 북한방문 성사등 일련의 사건들이 새해 기업들의 향북 투자의욕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의 남북경협 활성화조치로 발목이 풀린 기업들은 북한이 외화난 에너지난 식량난등을 해소하기 위해 남북경협 창구에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북한당국이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 무역제일주의 및 경공업제일주의를 천명(지난해 4월 제9기 7차 최고인민회의)한 것도 경협기대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북한은 그러나 남측의 적극적인 경협의지에도 불구하고 기회있을 때마다 김일성사망 애도기간중의 조의방해를 사과하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지 않으면 남북대화가 어렵다고 고집하고 있어 경협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북한은 경제난 해소를 위해 남한 기업의 자본과 기술력에 욕심을 내면서도 남한정부를 경협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이중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협의 사실상 관건인 투자보장협정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부의 남북경협 활성화방침을 「경협에 따른 점진적 변화 유도와 흡수통일 의도」로 해석하고 있으며, 정부간 투자회수 신변보장협정등을 피하고 있고 남북경제교류를 서방국과의 경제교류를 위한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 경협신중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제3국을 통한 위탁가공무역이 이미 성공적이었으며 앞으로도 활성화될 소지가 많은 것으로 보고있으며 북한당국이 제한적이나마 시멘트 정유등 「전략물자」공급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남북경협이 순조롭게 진전될 경우 남한이 위탁가공무역에 관한 한 북한의 최대 교역대상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박진 박사는 『북한은 91년이후 생산력 침체에 따른 수출부진으로 심각한 외화난을 겪고 있으며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위탁가공무역에 큰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은 92·93년 다른 지역에서는 적자였으나 남한에 대해서는 2년동안 2억8천만달러의 흑자를 기록, 남한과의 위탁가공무역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남한측도 북한 근로자의 손재주와 저임금을 활용할 수 있다면 지난 70년대에 이은 제2의 경공업수출신화도 이룩할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무역협회가 북한과 위탁임가공사업을 벌이고 있는 국내 15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북한내 임가공사업의 인건비수준은 남한의 38.2%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품질수준이 국내에서 생산한 것의 83.2%정도이지만 북한내 임가공사업으로 생산한 제품이 더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다.
더구나 북한내에서 임가공으로 생산한 완구 신발 양말등의 품질수준은 남한의 90%에 달하고 재킷의 경우 남한보다 10%상회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한기업들은 따라서 공장을 짓기 위해 멀리 중국이나 동남아로 가지않아도 된다.
또한 북한근로자들에 대한 기술지도나 생산품에 대한 품질검사가 불가능해 품질향상을 이루기 어려웠으나 정부의 남한기술진 방북허용으로 품질향상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산업연구원(KIET)은 경공업 각 부문에서 대북합작투자시 남한 생산량의 8∼15%에 이르는 제품을 북한에서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연간 4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들은 북한이 원자력발전소 경수로사업, 남포 및 나진·선봉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건설, 석유화학공업등 분야에서도 일부는 남한 기업에 개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구의 자본들이 투자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북한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남한기업의 참여는 서구자본을 참여시키기 위해서라도 전면 외면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유승호기자>유승호기자>
◎나진·선봉은 어떤 곳인가/여의도 100배… 2010년까지 70억불 투자 3단계 개발
김일성사망후 정세변화에 따라 북한이 자유무역지대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나진·선봉지역에 기업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진·선봉지역은 지난해 북한당국이 앞으로 2010년까지 총70억달러의 내외자를 유치해 경제특구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북한 개방정책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남한기업의 관심은 투자여건이 좋은 남포 원산 금강산지역등에 집중됐다. 그러나 북한당국은 김일성사망후 북한주민과 격리돼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감안, 개방에 따른 체제불안의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나진·선봉지역을 시범사업지역으로 고집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남북경협의 거점도시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북한을 방문한 쌍용그룹을 포함해 삼성 대우 럭키금성 한화등 국내 유수 대기업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쏟고 있다.
나진·선봉지역은 유엔개발계획(UNDP)이 두만강지역 개발사업의 대상지역가운데 일부로 면적이 서울의 1.2배, 여의도의 1백배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이다. 두만강을 경계로 중국의 혼춘, 러시아의 하산지역과 인접해 있으며 연평균 기온은 섭씨 6.3도(1월 영하 8.8도, 8월 20.8도)내외다. 이 지역의 주민수는 13만명으로 그중 도시주민이 8만명가량이며 철광석 석탄 도자기원료 임산 및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생활용수와 공업용수가 총44억㎥로 비교적 풍부하고 연 8백만톤의 화물이 통과할 수 있는 청진항(1만톤급 접안)이 인접해 있다. 전력은 웅기(20만㎾), 청진(15만㎾)화력발전소와 서두수수력발전소(42만㎾)등에서 총72만㎾의 공급이 가능하다.
북한은 나진·선봉지역을 2010년까지 3단계에 걸쳐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1단계(93∼95년)에는 중국 러시아와 연결하는 도로 철로를 신설하고 나진 선봉 청진항의 하역능력을 연간 2천만톤이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96∼2000년)에는 국제화물중계기지의 역할을 강화하고 수출주도형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본격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3단계(2000∼2010년)에는 중계무역, 수출가공 관광및 금융등 종합적인 역할을 하는 국제교류의 거점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북한은 이 개발계획에서 모두 69억8천9백만달러의 내외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어서 남한 기업들의 개발참여가 주목되고 있다.
◎남북경협 일지
▲84년 9월 8일:북한 적십자사 수재물자 제공 제의따라 물자인수
▲84년11월15일:제1차 남북경제회담, 쌍방교역품목제시
▲88년 7월7일:노태우 대통령,남북관계 특별선언(교역문호개방천명)
▲88년10월7일:정부, 간접교역 중심으로 한 남북경제교류허용 발표
▲ 89년 1월:정주영 현대그룹회장 방북,금강산 공동개발등 경협사업 발표
▲89년 2월:효성물산,남북직항로(남포―인천)로 북한산 무연탄 도입
▲89년 7월:코오롱상사,북한 대성은행과 처음으로 신용장개설(북한이 최초로 공식 인정한 남북거래)
▲90년 9월:삼성물산,북한산 명태 3천톤 반입
▲91년 1월:한국산 원산지표시상품 북한에 첫 반출
▲91년 4월:코오롱상사,평양에 양말합작공장 설립(최초의 남북합작사업)
▲91년 7월:남한쌀 5천톤(6만5천5백가마)북한과 첫 직교역
▲92년 1월16일:김우중 대우그룹회장 방북,남포공단 건설합의
▲92년 7월19일:북한 김달현 부총리일행,남한방문해 산업시찰∼25일
▲92년10월 6일:남포공단조사단 방북∼9일
▲92년10월14일:「남한조선노동당」간첩사건으로 정부,대북경협 당분간 중단키로 발표
▲92년10월:북한,외국인투자법등 3개 대외개방 경제관련법 제정
▲92년12월7일:김달현 부총리,삼성 럭금 대우에 북한의 4차7개년 계획에 공식 참여 요청
▲93년 1월7일:쌀외의 농수산물 남북교역 첫 성사
▲93년 5월12일:한완상 부총리,「남북직항로개설 추진」 발표
▲93년 6월5일:정부,미원그룹에 대북 무환거래 첫 승인
▲94년 3월:한국특수선, 중국연변항운공사와 공동으로 부산―청진 직항로 첫 취항
▲94년 4월19일:삼선해운, 부산―청진 정기직항로 취항
▲94년 6월 2일:정부「유엔서 대북제재땐 임가공무역중단」발표따라 기업들 대북투자계획 전면 유보
▲94년 6월28일:판문점서 예비접촉 개최,7월25∼27일 평양서 정상회담개최합의
▲94년 7월9일:김일성사망으로 정상회담 무기연기
▲94년11월:정부, 기업인 방북허용등 대북경협활성화조치 발표
▲94년12월13일:쌍용그룹 투자조사단 첫 공식북한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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