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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소홀한 통합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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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소홀한 통합시(사설)

입력
1995.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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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시의 계장급공무원 30여명이 인사에 불만, 3시간동안 집단항의를 하는 소동을 벌였다. 경남 장승포시와 거제군을 합쳐 발족한 거제시에서 거제군출신 계장들이 통합시의 요직을 장승포시출신들에게 모두 빼앗겼다는 데서 나온 원칙없는 인사에 대한 불만표시였다는 것이다. 공무원사회에서 인사에 불만을 품고 집단행동을 했다는 금시초문의 사태가 우선 놀랍기만하다. 또 이런 유의 인사불만사태가 1일을 기해 일제히 발족한 35개 통합시의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다는 개연성 때문에 더욱 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와 군을 통합함으로써 직제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시와 군의 공무원 숫자는 그대로 있다. 자리가 부족해 밀려나는 공무원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배치인사에서도 불만이 있을 소지가 많다.

 그럴수록 공정한 원칙을 세워놓고 능력과 실적에 따라 인사이동을 했어야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통합시에서는 시에 근무하던 공무원들에게 요직을 주는 무원칙한 인사를 자행, 거제시이외 많은 통합시 공무원들도 인사에 불만을 품고 일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또 새로 발족한 통합시에서는 직제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곳도 많다. 인구가 적은 통합시의 과와 계 숫자가 인구많은 통합시보다 많은 곳도 있을 정도로 방만하기도 하다는 것이다.

 일부 통합시에서는 사무실도 아직 준비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심지어는 전화가설조차 하지 못해 민원인들이 우왕좌왕하기도 하며 사무집행에 차질을 빚는등 통합시는 출범 첫 단계에서부터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갈라져 있었던 시와 군을 갑작스럽게, 그리고 인위적으로 통합했으니 초기에 어느 정도의 혼란이 있으리라는 걸 예상못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군통합이 확정된 것은 지난 8월초였다. 그동안이라도 시·도, 그리고 해당 통합시가 차분하고 치밀하게 통합에 대비한 직제개편을 끝내고 공정한 인사원칙 수립과 함께 남아돌게 될 공무원대책도 세우고 사무실 정비를 했다면 지금 겪고 있는 것과 같은 통합후유증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내무부는 지도감독소홀, 시·도는 준비소홀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통합시의 행정이 행정자체의 잘못 때문에 제기능을 못하고 기우뚱대는 일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시민들에게 보다 나은 행정서비스를 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면 통합시는 하루빨리 행정기능을 다 할 수 있게 돼야 한다. 내무부와 시·도, 그리고 당해 통합시는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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