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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상처(장명수칼럼:1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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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상처(장명수칼럼:1765)

입력
1995.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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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자녀의 결혼에 개입하여 파탄을 불렀을 경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최근 법원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다. 그 판결들은 진정한 부모노릇과 결혼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지난 연말에 나온 두 건의 판결에는 의사 박사등 소위 「비싼 신랑감」을 아들로 두었으니 당연히 며느리가 지참금을 들고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모들이 등장한다. 의사인 K(36)씨는 88년 중매결혼 했는데, 월 칠팔십만원의 용돈과 천만원대의 집 수리비등을 요구하는 부모와 아내의 갈등으로 이혼·재결합·별거가 거듭되자 이혼청구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남편은 부모와 아내 사이의 갈등을 조정할 책임이 있으므로 그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하나의 판결은 가정법원에서 나왔다. 24세의 여성 A씨는 결혼신고만 한 채 남편(30)과 미국으로 가서 남편이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뒷바라지 했으나, 시아버지가 거액의 지참금을 요구하며 결혼식을 반대하고, 남편도 동조하자, 결혼취소및 위자료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혼인취소 결정과 함께 시아버지와 남편이 연대하여 2천만원의 위자료를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새해들어 가정법원은 장인 장모에게 위자료 5천만원을 물리는 판결을 내렸다. 그 장인 장모는 딸을 회사원 K(33)씨와 결혼시킨 후 딸의 시아버지가 20년전 아내와 사별하고 처제와 재혼했다는 사실을 알게되자 「짐승같은 집안」운운하며 딸이 시부모에게 문안가는 것조차 막는등 갈등을 겪어 왔다. 그들은 시댁이 요구하는 딸의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집까지 줄인 것등에 불만을 품고 있다가 이같은 사실을 알고 불화를 일으켰다고 한다.

 이 세 편의 저질 드라마에 나오는 젊은 남녀들은 모두 명문대 졸업생이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조건의 결혼상대를 만났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결혼을 부모의 간섭으로부터 지킬 힘이 없었고, 그럴 의지도 없었던 것같다.

 부모들에게서는 탐욕스런 물질욕, 윗세대로서의 자각과 배려가 조금도 없는 이기심,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이나 상품정도로 인식하는 빗나간 사랑등이 발견된다. 그들은 인생을 살 만큼 살았으면서도 자녀의 이혼이 그들의 생에 어떤 상처를 남기게 될지 무감각하다. 그들은 자신의 욕심때문에 자녀의 결혼을 파괴하고, 조건이 더 좋은 재혼을 하면 자녀가 곧 행복해 진다고 믿고 있다.

 이처럼 무서운 탐욕에 굴복하여 자신의 결혼을 저울질하고 파괴하는 「똑똑한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무서운 사실인가. 자신의 생에서, 자녀의 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짓밟으면서 그들이 얻으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법원의 잇단 판결은 어리석은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남길 깊은 상처와 돈을 맞바꾸겠다는 잔혹한 사람이 어찌 부모이겠는가.<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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