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낮 미국회의사당 하원 본회의장. 의장석에는 2개의 의사봉이 놓여 있었다. 그중 큰 것은 새 하원의장의 친구가 자기집 호두나무로 만들어 기념선물한 의사봉이고 작은 것은 40년전 마지막 공화당 하원의장인 조 마틴이 쓰던 낡은 의사봉이다. 『2백28대 2백2로 공화당의 뉴트 깅그리치의원이 새 하원의장에 선출됐다』는 공식발표가 있고서야 공화당의원들은 비로소「40년만의 다수당」을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의석이나 방청석 할 것 없이 발을 구르며 서로 부둥켜 안고 박수가 터져나왔다. 의장선서를 마칠 때까지 깅그리치의장은 자기앞에 놓인 2개의 의사봉을 번갈아 만지작거렸다. 의회점령의 상징물을 내외에 과시라도 하는 것같았다. 공화당이 축제분위기로 들뜬 모습이었다면 민주당은 사뭇 가라앉은 대조적인 모습. 그러나 민주당의 게파트원내총무가 깅그리치의장에게 의사봉을 건네주는 순간부터 민주당은 결코 초라해 보이지 않았다.
게파트는 깅그리치를 향해 『의장, 오늘은 특정정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일 것이요』라며 『이 의사봉이 당신 손에 넘어가는 순간 수많은 미국민의 운명도 함께 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거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체념을 하지만 그러나 결심을 새로이 하며 나는 지난 40년간 지속됐던 민주당의 하원지배가 끝났음을 인정합니다. 당신은 이제 나의 의장이요. 우리 함께 위대한 토론을 시작합시다』라고 덧붙였다.
공화당이 수십년만에 상·하 양원의 다수당으로 등원한 미국의 개원국회 첫날은 분명 곡절많을 여소야대 국회의 출발점일 것이다. 그러나 비록 소수당으로 전락하긴 했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민주당의 이날 모습은 여와 야가 함께 커보이는 진정한 미국적 민주주의를 선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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