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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정치대연합/안병준(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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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정치대연합/안병준(한국논단)

입력
1995.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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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을 열면서 바라는 것은 한국에서도 세계화를 위한 대연합이 구축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WTO출범후 국적없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불투명한 북한변화에 철저하게 대비하며 고속성장의 부실이 노출되고 있는 초기산업사회를 관리하기 위해서 세계가 요구하는 아이디어, 신념및 능력을 갖춘 인사들을 규합하는 대연합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작년말 국내정치가 성수대교붕괴와 12·12사건에 대한 대결로 교착상태에 있을 때 김영삼대통령은 세계화를 국정지표로 제시했고 대대적 정부조직개편을 단행하여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앞으로 다가오는 정국개편도 세계화과업에 실적을 내게끔 실시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문제는 주어진 여건에서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인재를 동원하는 것이다. 국경없는 무역, 금융, 생산및 기술에 잘 적응하려면 시장기구와 민간부문을 적극 장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규제완화를 내실있게 단행해야 한다. 미·북한 핵합의이후 실질적인 비핵화와 남북대화를 성취하려면 대미·일 동반관계를 재정비하고 안으로는 보다 현실주의적 대북관을 재정립해야 한다. 예측불허한 사건들과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는 시민사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전문지식과 건전한 상식을 겸비한 관료로 새로운 행정체제를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누가 당대표가 되며 누가 서울시장으로 나올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정치계절이 임박하자 당권을 어느 계파가 잡느냐, 누가 후보가 되느냐에 언론은 신경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구태의연한 패싸움정치를 극복하고 세계화를 지향한 정책경쟁과 토론의 정치를 시도해야 하겠다. 그러자면 재래식 계보정치와 지역감정을 초월하여 진실로 미래지향적 국가발전목표에 부응하게끔 국내정치도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세계화과제에 걸맞는 정치를 실현하려면 신자유주의이념, 정책및 신념에 동조하는 세력들로 대연합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물론 당장에 이와 같은 정책정당을 급조하는데는 무리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사회와 중산층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강을 내세우고 호응세력을 규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유럽에서는 냉전이 끝났으나 한반도에서는 그 유산이 상존하는 이중상황에서 국내 정치세력들은 분산되고 있다. 이들을 「보수」와 「진보」로 단순화할 수 없고 그들 간에 막연한 「국민적 합의」를 호소하는 운동은 실효성을 갖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은 선명한 색깔의 정책을 밝힌 뒤 이에 호응하는 최대다수세력을 응집하는 정치라 하겠다. 오늘처럼 불투명한 시대에서 중산층은 국가발전과 국민생활 향상에 대하여 투철한 신념과 능력을 가진 정당을 지지하며 추상적인 구호보다도 실제로 결과를 낼 수 있는 행동을 선호한다. 물론 이것을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정치가 가능의 예술이라면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발상의 대전환을 이루어 세계화에 부응하게끔 국내정치도 변신해야 한다.

 비록 일시적으로 인기를 모으지 못하고 때로는 욕을 듣더라도 꼭 필요한 일을 감행할 때 국민은 그것을 지지하기 마련이다. 올바른 일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질 각오로 임하는 것이 정치인의 윤리이다. 정당의 지도층, 서울시장, 그리고 기타 자치단체들의 장도 세계화를 주도할 인물들로 구성되었으면 좋겠다. 이처럼 세계화의 구체적 내용을 이해하고 그것을 실현하는데 헌신할 수 있는 세력들을 폭넓게 끌어안아서 하나의 대연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 노력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참해야 하며 이념과 정책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한다.

 사실 연합구축정치는 선진국에서 관행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예컨대 작년 말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이른바 「미국과의 계약」이라는 계획을 내세워 양원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이처럼 연합은 목표와 이해관계를 뚜렷하게 설정할 때 실현가능하다. 한국정치에서도 누가 어떤 자리를 먼저 차지하는데 대하여만 싸울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실현하느냐 하는 아이디어와 정책을 중심으로 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합구축의 정치는 이처럼 아이디어를 중시해야 실현가능한 것이다. 세계화는 이 시대의 흐름인 만큼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추세이다. 따라서 이 역사적인 물결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고 나아가서 발전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정책을 제시하는데 한국정치인들도 보다 독창적으로 과제지향적인 연합을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연세대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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