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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축복을 원치… 」(TV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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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축복을 원치… 」(TV평)

입력
1995.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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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의 소박한 단막극… 잔잔한 수작 방송의 신년특집이라면 으레 떠들썩하고 화려한 것이라고 여겨져 왔다. 이런 선입견은 드라마이건 쇼프로이건 어디에나 적용된다.

 MBC TV가 1일밤 방송한 옴니버스 특집극 「누군들 축복을 원치 않으랴」(연출 이은규)는 이런 선입견을 과감하게 무시한 소박한 소품기획으로 방송드라마의 절제미와 형식의 다양성을 한껏 자랑한 잔잔한 수작이었다.

 30분씩 4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엮은 이 드라마는 겹치지 않는 소재를 다루면서 주제의 일관성을 튼튼하게 유지했다. 「누군들 축복을 원치 않으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4편의 단막극이 표현하고자 했던 주제는 이상의 달콤함과 현실의 고통, 그리고 둘사이의 괴리다.

 1부 「강건너 사랑」(극본 주찬옥)에서는 연인 두쌍의 모습으로 사랑과 결혼의 모순을, 2부 「서울변주곡」(김미경)은 교포처녀와 뒷골목 깡패의 이야기를 통해 인연의 무상함을 그렸다. 3부 「깊은 물속 이무기」(이종욱)는 자칭 바둑도사와 그 수제자를 등장시켜 허황된 꿈과 현실의 거리를, 4부 「문앞에서」는 버려진 아이의 양육을 둘러싸고 인간내면에서 생겨나는 선과 악의 갈등을 보여줬다.

 「드라마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란 격언에 맞춰 우리 주위의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소재를 택한 이 드라마는 공감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리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극적 도약과 반전등을 이용해 극에 속도감과 재미를 함께 준 연출자의 재능도 엿보였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식의 천편일률적인 구태를 벗어난 기획도 높이 살 만하다.

 샹들리에가 번쩍거리는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몇개의 정성들인 그림들이 걸려있는 작은 찻집에 차분히 앉아 있는 기분으로 한해를 설계하며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드라마였다.<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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