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면발표… “권력재편 불완전” 관측/군역할 수차례 강조 「군부」부상 암시 김일성사후 처음 맞은 새해 첫날, 북한은 별도의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1일 상오9시 북한은 중앙·평양방송을 통해 당보인 「노동신문」 군보인 「조선인민군」 청년보인 「노동청년」의 공동사설을 발표, 신년사를 대신했다.
북한은 이날 상오 8시부터 모두 8차례에 걸쳐 「9시 중대방송」을 예고했으나 정작 중대방송의 내용은 이같은 기관지들의 공동사설이었다.
당초 관심을 모았던 이날 상오 11시부터의 일본 NHK 특별위성방송 역시 맥빠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지난해 12월31일 NHK측에 그 시간대의 위성개방을 특별히 요청했었으나 정작 TV화면에 비친 내용은 같은날 소년인민궁전에서 열린 북한 청소년들의 설맞이 행사가 전부였다. 물론 김정일은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일성은 해방 이듬해인 지난 46년 「신년을 맞이하면서 전국 인민에게 고함」이란 제목의 신년사를 시발로 66∼70년을 빼고는 매년 신년사 혹은 시정연설등의 형식으로 신년사를 발표해왔었다. 그러나 북한이 올해처럼 신년사를 서면으로 대체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김정일의 공식적인 권력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 때문인 것으로 일단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은 「수령의 권리」인 신년사 대신 북한내 핵심집단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북한내 권력재편과정이 아직도 불완전하다거나 김정일의 건강이상설등의 추측들을 또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군내 주요인사 동향이나 인민군 사상교육등에 이용돼온 군보 「조선인민군」이 전면에 등장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북한은 노동신문과 노동청년 이외에 정무원기관지인 「민주조선」등 3대 중앙지와 관영 중앙통신을 통해 주요정책을 발표하는게 보통』이라며 『이번 경우처럼 군보의 사설을 등장시킨 것은 김일성사후 군부의 입김이 점차 드세지고 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동사설은 새로운 내용 없이 과거 김일성의 방침과 정책노선을 유훈으로 삼아 계승해 나간다는 것이 주요 골자로 이를 이념·경제·정치·군사·통일·대남·대외관계등의 순으로 나열하고 있다.
즉 김일성의 업적과 유훈을 재차 강조한 뒤 ▲그에따른 사회주의 체제 고수 ▲농업·경공업·무역 제일주의등 완충기 경제전략 ▲연방제방식에 의한 90년대 통일완수 ▲북·미평화협정 체결등의 정책을 밝히면서 여전히 남한체제는 극렬 비방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서는 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한편 북한은 1일 김정일이 새해를 맞아 조선인민군 214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위로했다고 보도하면서 흑백사진까지 공개, 뒤늦게 그의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 사진 역시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 김정일의 건강등에 여전히 의문을 표시했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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