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물건 싸게 팔야야 “기업 살아남는다”/“소비자 기호에 맞게” 유통업계도 대변혁「좋은 물건을 싸게 팔아야 살아 남는다」 지난해초 일본의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다이에가 「물가를 절반수준으로」를 강조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가격파괴 바람은 일본 전역을 휩쓰는 태풍으로 변했다.
의류, 식료품등은 물론 자동차 가전제품과 전화요금등 공공요금에 이르기까지 경쟁적으로 가격이 내리고 있다. 「가격파괴」와 「PB(PRIVATE BRAND) 상품(기존 브랜드에 대응하는 독자적 브랜드의 상품)」이라는 용어가 대유행하고 있다.
다이에의 나카우치(중내)회장은 『세계경제의 무국경화, 금융·외환시장의 자유화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각종 규제 때문에 물가가 너무 높다. 정부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이 엔고 이익을 적극 활용하면 물가를 절반으로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93년 9월 당시 1.5㎏에 8백70엔이었던 유명메이커의 세제에 대항해 3백48엔이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PB세제를 내놓았던 다이에는 지난해 5월에는 그도 모자라 2백98엔으로 가격을 다시 인하했다.
다이에에 이어 대형슈퍼인 세이유와 이토요카도도 세제인하경쟁에 가세하자 지금까지 할인판매에서도 한번도 5백엔이하로 내려본 적이 없었던 가오(화왕)도 3백98엔까지 인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같은 현상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일본 유통체계를 뒤흔드는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다. 노무라(야촌)종합연구소는 「가격혁명」이라고 부를 정도다. 연구소측은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을 정도인 혁명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의 고사이 유타카(향서태)이사장은 『가격파괴는 엔고와 경기부진 때문』이라며 『앞으로 공산품은 물론 관광 항공료 금융등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가격차가 완전히 사라질 때 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도 마찬가지다. 엔고로 수입가격이 10% 떨어지면 국내 도매물가는 1.2%, 소비자물가는 1년정도에 0.7% 하락한다. 일본종합연구소는 『지금까지 일본경제의 특징이었던 고가격·저실업의 균형구조가 무너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영향으로 주부들의 장바구니 물가는 확실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의류 가정용품 식품등 2백17개 물품을 대상으로 연2회 독자적인 물가지수를 작성해 발표하고 있는 세이유가 지난해 3∼8월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물가는 전년동기에 비해 6.2%가 떨어졌다.
그러나 가격파괴 현상을 가져온 것은 무엇보다도 일본 소비자들의 의식변화다. 「전후최악」이라는 최근의 불황을 겪으면서 서비스와 브랜드 중심보다는 상품의 실질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해외여행 경험등으로 일본의 물가가 너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고사이이사장이 『일본공항이 김포공항에 비해 여러가지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한국의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일본인이 늘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때문에 가격파괴는 경기회복과는 관계없이 지속될 것이며 2000년에는 유통업계 매출액의 약30%를 PB상품이 차지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기업도 가격파괴로 당장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새로운 유통질서를 탄생시키고 각종 보호막 속에서 안주했던 기업의 체질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장점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가격파괴는 새로운 형태의 소매점을 탄생시킬 것으로 미쓰비시(삼릉)종합연구소의 나라 히사야(나량구미)사장은 예측하고 있다. 그는 「인간을 활용하는 판매」 「인간이 기능하는 판매」가 앞으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레코드점이나 전문패션점등과 같이 전문가가 판매원으로 있어 단순히 물건을 팔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등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소매점을 말한다.<도쿄=최성욱기자>도쿄=최성욱기자>
◎「일식경영」 변화바람/종신고용·연금임금 후퇴,인사·급여 등 능력위주로
○…「인사파괴」 「고용붕괴」 「일본의 고용21세기에의 재설계」 「일본형 인사는 끝났다」 「연봉제로 회사가 변한다」…. 도쿄의 대표적 서점인 야에스(팔중주)북센터 신간서적 판매대에 있는 책들의 제목이다. 이 책들을 보노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7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경제발전을 가져온 3종의 신기(신기)」로 불렸던 종신고용 연공임금 기업별노조를 중심으로 한 일본적 경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같은 변화는 ▲고령화등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국민의 가치관 및 의식의 변화 ▲기술혁신의 진전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심화등 지금까지 일본적 고용시스템을 둘러싸고 있던 환경이 본질적으로 바뀌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적 경영이 하루아침에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일본경제연구센터의 무토 히로미치(무등박도)수석연구원은 『현재 일본의 종신고용제는 약해지고 미국과 같은 능력중심의 고용체계가 더욱 강해져 사회의 유동성이 보다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미국과 일본의 고용형태중 어느 것이 더 좋은 가는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주요 연구소들의 결론은 대체로 『일본적 경영에는 긍정적인 면이 아직도 많아 생각만큼 빨리 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전망은 기본적으로는 장기고용체제를 유지하면서 능력주의 중시, 직무급 도입등을 추진하는 형태가 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정부조사에 의하면 「연공서열제는 유지할 수 없다」는 대답이 78%에 이르렀지만 「종신고용제는 붕괴한다」는 대답도 21.4%에 불과했다. 때문에 2000년에 가면 한 기업에서 장기고용 연공서열제등 일본적 고용시스템과 능력급을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이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있게 들린다.<도쿄=이대현기자>도쿄=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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