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동독지역은 「크레인 숲」… “다시 유럽 심장부로” 지금은 신연방주로 불리는 구동독지역의 주요도시를 찾을 때마다 시관계자들은 『크레인의 숲』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도시를 묘사했다.
왜 이렇게 많은 공사를 벌이느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50년전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같은 표현은 통일독일의 힘과 과거의 침략을 주변국에게 새삼 일깨워주기 때문에 독일의 고위당국자들은 사실 사용하기 꺼리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만큼 독일인들이 급속한 흡수통일을 선택한 이유를 자명하게 설명해주는 것도 없다.
과거 장벽이 통과했던 동베를린의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와 프리드리히거리가 만나는 넓은 대지에는 소니(SONY)를 비롯한 다국적기업들의 거대한 유럽본부건물이 들어서기 위해 지반공사가 한창이다. 독일통일은 단순히 한 민족이 재결합했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독일이 다시 전유럽의 심장부가 돼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한 현장이다.
바로크시대 독일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불렸던 고도 드레스덴의 상징 성마리아교회(FRAUENKIRCHE)에도 지난해부터 크레인이 걸렸다. 2차대전중 폭격으로 파괴된 뒤 동독정권이 방치했던 역사적 건물들이 속속 복구되는 반면 위용을 자랑하던 동독 국가평의회 의사당등은 해체만을 기다리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독일통일은 곧 분단의 흔적을 철저하게 지우는 작업이기도 한 것이다.【라이프치히·드레스덴=유승우기자】
◎예멘/전쟁상흔 불구 시장·항구마다 분주한 발걸음
사나에서 아덴까지 4백. 통일(90년5월)후 새로 깔았다는 편도 1차선 포장도로에는 10년은 족히 넘었을 낡은 차량들이 매연을 내뿜으며 가득 질주하고 있었다. 승용차와 트럭들이 도로가 좁다하고 서로 추월경쟁을 벌이며 남으로, 북으로 내달리는 이 도로는 통일예멘의 현주소다.
70년대초의 새마을 운동을 연상케 하는 주변도시들의 떠들썩한 건설현장. 남대문시장 못지않은 활기에 가득찬 시장. 주민들의 부산한 발걸음. 건설기자재들을 넘치도록 싣고 달리는 대형 트럭들.
그러나 곳곳에는 8개월전 전쟁이 남긴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못한 채 그대로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남으로 혹은 북으로 포를 겨눈 채 반은 파괴된 탱크들이 고철덩어리로 길가에 버려져 있다.
북쪽의 산악과 고원을 넘으니 아덴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뉴욕, 리버풀과 함께 근대 3대무역항의 하나였다는 아덴. 사회주의 통치 23년간의 그늘로 침체됐던 아덴항은 도시개조작업이 한창이다. 내란중 잠시 폐쇄됐던 항구에는 유조선과 상선이 들락거리며 아덴자유무역지대의 꿈을 나른다. 시민들의 표정에는 전쟁의 상흔이 가시고 기대가 가득하다.
4년전 합의 통일은 경제침체와 부패, 국가경영의 혼란등 부작용도 낳았다. 그러나 사나에서 아덴을 달리며 통일예멘의 가능성을 본다. 아라비아반도의 유일한 다당제 운영등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의 확고한 선회, 정치외교의 안정, 1천4백만명의 최대인구, 유전의 개발등은 멀지않아 이 나라에 통일의 과실을 맺게 해줄 것이다.【사나·아덴=한기봉특파원】
◎베트남/남북2천3백㎞가 공사장… SOC 집중투자
베트남은 거대한 공사장이다. 하노이와 호치민의 한복판에서 건물의 개보수작업이 한창이고 도시와 도시, 도시와 농촌을 잇는 도로공사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끊어지는 다리를 잇는 작업도 잠시 쉬지 않는다.
연장 1천4백87에 이르는 남북송전사업은 남북경제를 빨리 하나로 만들겠다는 베트남정부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94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3번은 정전에 시달렸던 호치민등 남부지역은 1천여를 달려온 호아빈 수력발전소의 전기로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6월 기본공사를 마친 이 송전사업은 이제 각 지역으로 공급할 지선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노이―호치민을 연결하는 1번국도는 2천3백 전구간에서 대대적인 보수작업이 진행중이다. 국가 대동맥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베트남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이다. 건설부 곽국장은 『1만에 이르는 전국도로 중 40%, 교량 8천8백 개 중 50%가량이 전쟁중 파괴됐거나 노후화 돼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면서 『국가투자의 37%를 도로·항만·공항·철도공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전개발은 베트남에 곧 개발의 젖줄을 제공하게 될 전망이다. 생산에 들어간 화이트 타이거와 빅베어 드래건등 유전외에 불르드래건에도 대량의 원유매장이 확인됐다. 베트남 동쪽에서 개발중인 광구는 모두 36개에 이른다.【하노이·호치민=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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