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불황돌파” 인간중심생산·경량화 등 활로찾기일본 자동차업계는 요즘 현재의 불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 나아가 다음 세기에도 일류회사로 존재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으로 그 어느때보다 걱정이 많다.
고장없는 차, 안전하고 맵시있는 차로 80년대 내내 순항을 거듭했던 일본 자동차업계가 이처럼 몸부림치는 이유는 다름아닌 불황때문이다.
엔고에 따른 불황으로 일본 자동차업계는 12년간 지켜온 최대 자동차 생산국의 자리를 미국에 넘겨줘야 했다. 90년 1천3백49만대였던 생산실적이 이듬해에는 1천3백25만대로 줄었고 92년에는 1천2백60만대, 93년엔 1천1백23만대로 떨어졌다.
닛산의 경우 94년 상반기에만 무려 8백억엔의 적자를 냈고 도요타, 미쓰비시, 스즈키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도 지난해에 모두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도요타는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위해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도요타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일본이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있다는 사실에 주목, 근로자가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생산 라인의 길이를 대폭 줄였다. 대신 생산라인의 개수는 늘렸다. 라인이 짧아질 경우 근로자가 자기 리듬에 맞춰 일을 할 수 있고 생산의 전 과정을 한눈에 지켜봄으로써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도요타의 주장이다.
실제로 히라바야시 에이지 홍보과장(44)은 이런 생산시스템이 도입된 뒤 퇴직률이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일하기가 좋아졌고 제품도 열심히 만든다는 것이다.
닛산의 움직임은 보다 직접적이다. 당장 올봄에 연산 24만대의 자마공장을 폐쇄할 방침이다. 생산 실적이 생산능력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93·94 2년간 모두 2천9백억원의 경비절감도 실현했고 92년 5만3천명이던 종업원도 올해까지 4만8천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그만큼 일본 자동차업계는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도쿄=박광희 기자>도쿄=박광희>
◎반도체/“키워야 이긴다” 16·64메가D램 등 최산채비 갖춰
세계 정상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 반도체업계의 요즘 관심사는 신공장 건설, 설비의 확충 등 생산능력을 키우는데 있다.
확장 드라이브의 선두 주자는 세계2위이자 일본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NEC. 당장 3월 규슈공장의 시설 확충작업이 끝나면 월 8천장 수준의 8인치 웨이퍼(웨이퍼 한장이면 메모리 반도체 2백장 정도를 만들 수 있다) 생산능력이 곱절 수준인 1만5천장으로 늘어난다. NEC는 장차 규슈공장을 생산 거점 기지로 키운다는 목표 아래 앞으로 1천억엔을 더 들여 16및 64메가D램 양산 설비를 갖추는 한편 97년이나 98년부터는 차차세대 제품인 2백56메가D램의 생산에도 나설 계획이다.
후지쓰도 이와테공장 및 영국공장을 증설, 올해말에 생산능력을 현행 월 3백만개에서 4백만개로 늘릴 방침이다. 후지쓰는 『1메가 및 4메가D램에서의 부진을 16메가D램에서 만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히타치나 도시바도 대규모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이들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완료되면 주요 반도체 회사의 메모리 공급량은 16메가D램으로 환산해 연간 5백억개를 넘어선다.
일본 반도체 회사의 이런 움직임은 시장을 밝게 보는데서 비롯된다. 퍼스널 컴퓨터 보급의 지속적 확대로 반도체의 수요 또한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일본 반도체 업계의 기대섞인 전망이다.
비메모리 쪽도 텔레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면서 VLSI(초고밀도집적회로), ASICS(주문형반도체)등에도 상황이 좋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물론 비관론도 있다. 미국 VLSI리서치의 허친슨 사장은 『당장 올해부터 반도체 시장이 0.4%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이다. 그는 『지금도 D램쪽은 공급이 수요를 앞서고 있으며 설비확장이 계속되면서 앞으로 공급과잉이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내다본다.
NEC의 반도체 사업 담당 지배인 마쓰에 시게키(54)씨도 『금년말이나 내년에는 가격이 다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정이 좋을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설사 다소의 진통이 있더라도 생산 설비를 늘리는데는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원래 일본은 80년대에 세계 최고의 반도체 국가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비메모리쪽에선 인텔, 모토로라 등 미국업체에 선두자리를 내주었고 메모리분야에서도 삼성전자 등 한국업체의 집요한 추격에 밀려난 상태다. 이제 일본 업체들은 대대적 투자로 2000년대 들어 다시 세계제일의 자리를 꿰차려하는 것이다.<도쿄=이대현 기자>도쿄=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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