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공연기획까지도 가능/학원개방 등 곳곳 암운… 일부선“순수문화 발전”지적도 WTO체제 출범에 따른 유통시장 개방에 맞춰 올해부터 외국인이 국내에서 예·체능계 학원을 세우는 것이 가능해진다. 서점업도 3백평 이하 규모로 얼마든지 외국인이 세울 수 있다. 또 외국인이 국내에서 직접 공연기획을 할 수도 있으며 연주회장,극장 영업까지도 가능해진다.
이미 91년도부터 가시화하기 시작한 문화시장 개방의 파고는 올해를 고비로 순수문화 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가장 큰 변화가 오는 곳은 출판계. 서점업이 먼저 개방된다.
이미 일본의 대형 유통회사인 일본출판판매와 동경출판판매가 한국상륙을 목표로 시장조사를 마쳐 서점업계는 이들의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국인서점은 크기가 3백평 이하로 규정돼 있지만 국내에는 1백평이 넘는 서점이 50개 정도여서 3백평이면 대형매장이다. 더구나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 파고든 일본 만화나 게임 소프트웨어로 공략하면 국내시장에 발붙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서점업계는 분석한다.
내년 7월부터 발효되는 베른조약에 따른 외국 저작권 공세도 문제이다. 지금까지는 87년도 10월 이후 발행된 책만 저작권료를 물면 되지만 베른조약에 따르면 국내외 모든 저자의 사후 50년까지 저작권이 보장되므로 46년 7월 1일 이후에 죽은 작가의 저작권은 모두 저작료를 물어야한다. 헤르만 헤세,앙드레 지드,시몬느 드 보봐르 등 국내에서 무인세로 발행해온 베스트셀러 서적들이 모두 해당된다.
출판사 설립은 97년에 개방되지만 실제로는 이미 시작됐다. 올해부터 한국프뢰벨이 프랑스의 아동잡지 전문출판사 바야르사와 판권계약을 맺고 어린이 월간지 「때때네」를 발행한다. 물론 이 경우는 판권료 5%를 무는 것으로 그쳐,자본을 내고 정식으로 참여하여 과실송금까지 할 수 있는 완전개방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을 잘모르는 외국회사가 먼저 국내회사를 통해 발을 들이밀었다가 독자적인 지사를 세우는 선례를 보면 바야르사의 경우도 간접적인 국내진출로 볼 수 있다.
음반회사가 공식적으로는 91년부터,실제로는 89년부터 들어온데 이어 올해부터는 음반유통업에도 외국자본이 참여한다. 세계적인 음반유통업체인 타워레코드가 2월에 강남에 대형매장을 만들며 역시 다국적 음반유통업체인 버진메가 스토어가 올해말께 국내에 매장을 차린다. 일본에 13개 매장을 갖고 있는 타워레코드는 93년 한해동안 일본 전체 매출액 4조원 가운데 7백억원을 차지했으며 점유율을 급속히 늘려가고 있어 국내시장에도 금세 안착하리라는 것이 음반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이들 외국 음반유통업체들은 세계 5대 메이저 음반사와 손을 잡고 현재 음반 가격의 20% 정도를 할인한 「가격파괴」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공연기획도 직접 할 수 있다. 출판계와 마찬가지로 공연시장도 국내 공연장을 잡고 문체부의 공연허가를 받으려면 외국 기획회사가 당장 들어와서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국내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외국 기획회사의 한국공연대행을 자처하고 유치가격을 올려놓은 과당경쟁이 빈발해서 굳이 외국기획회사들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대형뮤지컬의 경우 전세계적인 뮤지컬 제작업체인 카메룬 매킨토시와 RUC가 직배를 희망한다. 지난해 봄 국내기획회사인 CMI와 손잡고 「캐츠」를 공연하며 공연수입의 일정지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간접 직배를 시도했다 실패했던 이들은 기획회사를 끼우지 않는대신 예술의 전당과 직접 손잡고 「오페라의 유령」같은 작품의 직배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학원 개방에 따라 외국인이 사설강습소를 차리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실제로는 강습소를 차리기보다는 지난해부터 암암리에 있어왔던 외국음악인들의 마스터클래스 형태의 교육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문화시장의 개방으로 전문 연주자로의 길이 막힌 채 레슨에 의존해왔던 음대 졸업생과 유학생 출신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화시장의 개방은 순수문화 부문에 한해서는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작곡가 이만방교수(숙명여대) 같은 이는 『일본은 일찌감치 음악교육시장을 개방한 덕에 일본 현지에서 세계적인 음악인을 키워낼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다만 문화에 대한 안목이 없으면 문화개방이 저급한 문화를 과잉소비케 하거나 고급문화라고 하더라도 국제공인가보다 비싼 값에 향유하게 할 뿐이라는 우려도 크다. 실제로 지난해 초 우리나라에 와서 하루 공연을 하고 65만달러(약 5억2천만원)이상을 벌어간 파바로티는 『시카고 오페라 공연에서는 1주일에 4만달러를 받는 것이 공인된 가격이며 독창회는 이보다 개런티가 비싸지만 그토록 많이 주지는 않는다』며 『당시 시카고 일간지에는 「한국인은 머리보다 돈이 많다 (KOREANS GOT MUCH MONEY THAN BRAIN)」라는 기사가 실렸다』고 재미교포인 김종화씨(전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안타까워 한다.<서화숙기자>서화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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