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속 소비가 성장률 웃돌듯/개발공약풀린돈 “부동산자극”/「안정화정책」 추진·토지전산망에 “기대” 경제의 경우 올해는 인플레 복병에 시달리는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영역 바깥의 변수를 보더라도 6월로 예정된 지방자치제선거가 인플레에 미치는 영향면에서 가히 핵폭탄에 해당하며 경제의 내부적인 요인만 하더라도 여기 저기를 꿈틀거리는 돈이 투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 때문에 각 경제전문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올해 경기전망치는 한결같이 「물가경계령」을 포함하고 있다. 일단 경기상황에 대해서는 지난해의 확장국면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성장률이 지난해의 8%선 안팎에 비해서는 7%대초반으로 낮아지긴 하지만 이 정도면 여전히 호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의 종합성적표인 성장률면에서는 이처럼 괜찮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수상쩍은게 한둘이 아니다.
소비가 성장률을 웃돌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3·4분기(7∼9월)중에 민간소비 증가율이 7.6%로 분기성장률 7.5%를 넘어섰다. 경제내에 돈(부가가치)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돈을 쓰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과소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는 소비증가율이 성장률을 앞지르는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도 지난해에 비해서는 증가율이 2배가까이 늘어난다.
반면에 기업의 설비투자증가율은 지난해의 18%선에서 심할 경우 한자리수로 뚝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에 의하면 이 때문에 설비투자가 경제성장에 기여한 비율은 지난해의 31.5%에서 19.4%로 줄어든다. 수출은 어떤가. 설비투자와 마찬가지다. 지난해는 수출이 15%안팎으로 증가했는데 올해는 두자리수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 설비투자와 수출이 한자리수로 떨어질 처지에 있다는 것은 성장의 주동세력이 바뀜을 뜻한다. 설비투자와 수출은 주동세력치고는 아주 양질이다. 소비와 건설등의 내수(설비투자는 제외)는 위험한 세력이다. 경제에서 불안하고 위험한 세력이 전면에 등장하는게 바로 올해인 것이다.
여기에 통화와 주식시장도 문제다. 지난해 통화는 당초 정부가 예상한 규모보다는 많이 풀렸다. 14∼15%선으로 묶을 방침이었으나 연말에 금리가 불안해지면서 2%포인트가량이 더 시중에 풀려 있다. 93년의 실명제이후 경제성장률에 비해서는 과다한 돈, 즉 과잉유동성이 시중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주식시장도 지난해 성과가 좋았다. 주식투자를 한 사람들이 새로 번 돈을 갖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번 사람들의 다음 투자처는 흔히 부동산이 꼽힌다.
부동산투기를 위한 기본조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93년부터 괜찮게 굴러 온 실물경제 덕분에 개인이든 기업이든 돈지갑이 그런대로 차 있다. 거기에 시중통화도 풀려 있어 대출받은 돈도 많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정도면 누구라도 부동산투기가 재연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기본조건위에 선거가 불을 지를 수 있다. 선거는 부동산투기의 우군이지 적은 아니다. 지자제 선거를 치르면서 후보자들은 엄청난 지역개발 공약을 내세울 것이고 당선된 이후에도 자기실적과 재원조달등 이중의 목적을 위해 부동산개발에 힘을 쏟을 것이다. 기본조건과 이러한 특수조건이 서로 만나면 웬만한 조치로는 부동산투기를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부도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강력한 안정화정책을 쓰겠다고 거듭 밝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성장주도세력이 종전의 수출과 설비투자에서 소비와 건설로 바뀌는데 대해 거시정책을 통해 저지하려 들 것이다. 정부도 소비·건설에 의한 성장이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는 정책면에서 볼 때 갈등의 한해가 될 것이다. 확장국면의 말기적 증세를 줄여 성장세를 되도록 오래 끌어보자는 취지이지만 안정정책이라는게 그리 쉽게 먹혀드는 수단이 아닌 탓이다. 안정정책을 쓰자면 통화를 죄야 하는데 그러면 중소기업들이 또 먼저 어려움을 겪는다. 아울러 금리도 오르므로 엄청난 정책반발을 각오해야 한다. 더구나 선거국면에서 안정정책은 「표삭감정책」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쉽게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가동되는 토지종합전산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한번 돈들이 생산현장을 떠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힘을 지닌다.
선거를 비롯한 갖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정부의 정책의지대로 물가를 제대로 잡아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투기요인을 봉쇄할 수 있을지, 선거등에 휩쓸려 고물가와 투기열풍에 흔들리지 않을지 새해벽두부터 정책당국의 머리와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르는 주제일 것이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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