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닫힌마음」에 여전히 안개속/미·일과 관계개선꿈속 되레기피/경수로계기 상반기 물꼬 기대도/우리측 정면돌파보다 환경조성 중점 올해 남북대화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국, 일본등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하면서 우리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경수로제공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남북대화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으나 북한이 계속 트집을 잡을 경우에는 오히려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김일성사망의 여파가 정리되고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권력을 승계하면 남북대화도 어떤 방식으로든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해말 남북경협활성화조치를 발표한 정부는 올해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일보직전까지 갔던 대화분위기를 복원하기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 북한이 대화에 응해오지 않을 수 없도록 국제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남북대화가 재개돼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을지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남북대화는 기본적으로 상호신뢰와 성의를 바탕으로 추진될 경우에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인데도 김일성사후 북한의 태도는 이러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지난해 남북대화는 특사교환과 남북정상회담을 축으로 진행됐으나 결국 양쪽 다 무산되고 말았다. 92년 9월 제8차 남북고위급회담을 끝으로 1년여동안 중단됐던 남북대화는 93년 10월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대표접촉으로 재개돼 지난해에 계속됐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준비를 위한 예비접촉이 성과를 보이는 듯했으나 김일성의 급작스런 죽음은 남북관계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오히려 김일성의 사망이라는 돌발적인 사태는 성사 일보직전까지 갔던 정상회담을 물거품으로 만들면서 조문파동으로 이어져 남북관계는 오히려 경색국면속에서 지난해를 마감했다.
그러나 남북대화의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은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통해 95년에도 지속될 것이 명백하다.
핵문제해결을 위한 북·미합의에 따라 북·미관계개선이 가시화하면서 북한은 오히려 대남관계개선의 필요성을 덜 느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즉 북한은 미국·일본등 서방국가와의 관계개선을 통해 정치적인 위상제고와 경제협력의 실리를 취하려 하겠지만 실질적인 남북대화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북한이 올해 대내외적으로 예기치 못한 궁지에 몰리지 않는 한 먼저 남북대화를 제의해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남북고위급회담이나 특사교환에 북한이 성의를 보였을 때가 북한이 핵문제등으로 국제적인 궁지에 몰렸을 때라는 점을 상기하면 이러한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결국 북한이 개방·개혁을 목표로 극적인 변화를 겪거나 내부적으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때에만 의미있는 남북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올 상반기중 현실적으로 가장 실현성이 있는 남북대화는 대북경수로지원사업을 둘러싸고 이루어질 가능성이 가장 많다.
북·미합의에 따라 한미는 북한에 한국형경수로를 건설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이는 북한이 우리와의 실무대화에 응해야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또 북한은 북·미합의사항에 따라 형식적이나마 남북대화에 응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북·미간 합의가 상정하고 있는 시간표에 의하면 올 4월말께에는 경수로공급계약이 체결돼야 할 뿐만 아니라 북·미간 연락사무소개설이 이루어져야 한다. 북·미간 합의사항의 이행과 함께 남북대화 재개전망이 올 4월이전에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이 경수로회담에 성의있게 응해 올 경우 이 회담을 경수로사업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에너지공동체회의」로 확대, 발전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포괄적인 관계개선의 틀이 마련된 상황에서 우리와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평화공세차원에서 형식적이고 제한적인 대화에는 응해 올 가능성도 있다. 즉 특사교환과 같은 특정한 방식의 대화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남북대화의 제도화를 피하면서 국제적으로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면키 위해 특정분야에서 비정기적인 특사교환방식의 회담을 선호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관측 때문에 우리쪽이 먼저 「대화를 위한 대화」를 제안할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한반도의 전반적인 상황을 남북관계개선의 구도로 이끌어 가는 환경조성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미·일·중·러등 한반도주변 4강과의 협조및 공조체제유지가 중요하고 이를 위해 우리의 외교역량이 집중돼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남북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는 정책과 함께 정부는 올해 북측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시적이고 제도적인 대화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91년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등을 채택함으로써 개가를 올렸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복원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남북고위급회담은 그 선례가 있기 때문에 남북 양측이 합의만 하면 언제든지 열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 남북고위급회담의 결과로 설치된 「화해공동위」 「군사공동위」 「경제·교류협력공동위」 「사회문화교류·협력 공동위」등 기존에 합의된 대화채널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김일성사후 격화돼 온 북한의 대남비난의 추이를 보면 우리가 아무리 획기적인 대화제의를 한다고 해도 북한이 응해 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남북상호사찰문제를 다루게 돼 있는 「핵통제공동위」는 93년 1월까지 22차례가 열렸으나 핵문제에 대해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만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의도이기 때문에 올해에도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공동위의 개최도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어 사정은 마찬가지지만 비교적 양측에 부담이 적은 화해공동위나 사회문화교류·협력공동위가 그래도 성사 가능성이 높은 편에 속한다. 이와함께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이루어져 우리 정부가 아직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된다면 이를 계기로 한 남북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올 한반도 주변정세와 남북대화/4강,현상유지 위한 「등거리」 외교정책 고수/자국이익 우선… 관계개선 디딤돌 기대엔 한계
미 일 중 러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의 95년 대한반도 정책은 현상유지를 큰 축으로 하여 평화공존을 지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해 10월 핵문제의 철저하고 광범위한 타결을 위한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한반도 주변정세에 일대 전환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핵문제 해결의 틀이 마련됐다고 해도 주변 4강의 대한반도 정책은 국익우선의 이중성을 깔고 있어 남북대화등 남북관계진전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수 없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북·미 합의사항의 원만한 이행을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관계개선을 통해 북한을 영향권에 포괄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이러한 전략은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둘것으로 보이지만 이같은 미국의 영향력이 남북대화재개에 직접적으로 동원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현실적으로 북한이 「남한배제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한미간의 공조체제에 한계가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북일수교와 관련된 일본의 움직임도 남북관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북한과의 수교에 일관되게 관심을 보여왔고 핵문제 해결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만큼 대북(대북)접근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 틀림없다.
또 북일수교협상에 소극적이던 북한도 이제부터는 다소 완화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수교협상은 급진전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에는 북한에 대한 유일한 후견자를 자처, 대북영향력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 들 것이다. 중국은 또 남북간 등거리외교를 통해 정치·경제적 실리를 취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평화공존주장이 남북관계진전과 연결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와함께 핵문제해결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러시아도 나름대로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중러의 태도는 경우에 따라서 남북관계진전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한반도 주변 4강의 현상유지를 통한 평화공존정책이 남북대화를 직접적으로 촉발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인 것이다.<장현규기자>장현규기자>
◎94년 남북관계 일지
▲3.3∼3.19 제4∼제8차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실무대표접촉
―북한의 「불바다 발언」파문등으로 중단된 이후 우리측이 북·미3단계회담개최와 특사교환의 연계를 철회해 재개되지 않음
▲6.18 김일성,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제의
―김영삼대통령의 즉각 수락으로 실무협의 개시
▲6.28 남북정상회담 예비접촉
―남북정상회담개최를 위한 합의서 채택
▲7.1∼7.2 남북정상회담 실무절차 협의를 위한 대표접촉
―실무절차합의서 채택
▲7.7 남북정상회담개최를 위한 통신실무자 접촉
―실무절차합의서에 따라 평양체류기간의 통신문제 협의
▲7.8 남북정상회담개최를 위한 경호실무자 접촉
―실무절차합의서에 따라 평양체류기간의 경호문제 협의
▲7.9 북한, 김일성사망(7.8) 공식발표
―7.25로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 무산
▲10.5 김영삼대통령,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유효 언명
▲10.16 북한, 김일성사망 100일 추도대회 거행
―김정일 88일만에 공식석상 등장
▲10.21 북·미간 핵협상 타결, 기본합의서 발표
―대북경수로지원과 북·미간 연락사무소설치등 합의
▲10.21 한·미 국방장관회담, 94년 팀스피리트훈련 중단합의
▲11.7 김영삼대통령, 핵·경협연계 해제방침 표명
▲11.9 이홍구통일부총리(당시), 남북경협 활성화조치 발표
▲11.10 북한, 조평통 담화통해 남북경협안 거부
▲11.24 제25차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 「남북경제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심의, 발표
▲12.13 쌍용투자조사단 북한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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