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지속은 남한과 북한의 경제격차를 더욱 벌려 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의 개방정책과 남북경협추진으로 북한의 경제가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남한의 경제성장속도는 더 빠를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남북한 경제상황을 자동차운행에 비유하면 북한경제는 비포장도로에서 후진하고 있는 반면 남한경제는 고속도로에서 질주하는 있는 것과 같다.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GNP)은 90년 1천64달러로 최고수준에 달한 다음 그후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93년도의 1인당GNP는 9백4달러에 불과하다. 경제성장률이 90년이후 줄곧 마이너스상태에 있다. 감소율의 폭도 3∼7%로 아주 크다. 남한은 해마다 6∼7%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실현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은 거꾸로 3∼7%씩 감퇴하고 있으니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북한이 개방정책에 성공, 성장률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선다는 가정하에 2012년의 1인당 GNP가 4천1백53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전망치는 개방정책에 성공한 중국이 78∼92년에 실현한 연평균성장률 9.1%를 적용한 것이어서 북한이 이룰 수 있는 최대치라 할 수 있다.
남한경제에는 가속도가 붙어 있다. 경기의 부침에 따라 약간의 기복은 있지만 견실한 성장세를 잃지 않고 있고 지난해에는 8%이상의 고성장률을 실현했다. 앞으로도 2012년까지 연평균 5.5∼6.9%정도의 성장률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출범은 농업등 일부부문에 어려움을 줄 것이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수출이 늘어 많은 이득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남한의 1인당GNP는 93년 7천4백66달러에서 2012년에는 1만8천3백49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1인당GNP를 기준으로 한 남북한 경제격차는 93년의 경우 8.3배에 달하고 2012년에도 4.4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인당GNP의 절대액수 차이는 93년 6천5백62달러에서 2012년에는 무려 1만4천1백96달러로 벌어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GNP규모에 있어서도 93년 남한 3천2백87억달러, 북한 2백5억달러에서 2012년에는 남한 9천1백78억달러, 북한 1천2백4억달러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DI는 남북한의 인구증가율 농촌인구비중 산업기술수준 1인당GNP등 주요 경제지표를 비교할 때 북한경제는 남한에 비해 15∼20년 뒤떨어져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1인당GNP 최고수준(90년 1천64달러)은 남한의 20여년전 수준(68년 1천1백10달러)과 비슷하다. 또 북한의 산업기술은 남한의 70년대중반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KDI는 이와 관련,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정책에 성공하더라도 북한경제가 남한경제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남북한 경제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북한이 지금 당장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남한이 이에 적극 협력하여 북한이 최대의 경제성장을 이룩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남한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북한경제가 절망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성장잠재력은 다른 어떤 개도국에 못지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남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젊은 경제여서 적절한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고도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KDI는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밝은 전망의 근거는 「싱싱한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점에 있다. 잠재성장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노동가능연령층인구(15∼64세)의 연평균증가율은 남한이 90년대의 1.3%에서 2000년대에는 0.5%로 낮아질 전망이나 북한은 2010년까지 1.6%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계청은 노동가능인구가 북한의 경우 90년 1천4백35만명에서 2010년에는 1천9백71만명으로 37.6%(5백36만명), 남한은 2천9백65만명에서 3천5백51만명으로 19.8%(5백86만명)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