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소관사안불구 북 외면/정치협상 선례… 유지명분 상실/정부,「군사공동위」 통한 현실적대안 앞당길듯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던 미군헬기 조종사 시신과 생존자가 송환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계기로 군사정전위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 됐다.
원칙대로 하자면 이번 사건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 사안으로서 그 처리 역시 군사정전위의 정식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정전위는 완전 무시된채 조선인민군 대표와 미군 대표간의 접촉, 더 나아가서 북한과 미국정부와의 정치협상에 의해 일이 해결됐다.
이로써 40여년간 한반도 휴전체제를 지탱해 온 군사정전위는 「기형적」인 모습으로 빈 껍데기만 남게 된 것이다.
한미 양국은 이제 더 이상 정전위체제를 고집할 수 있는 명분을 상실했으며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어졌다.
사실 정전위는 지난 4년 가까이 기능이 중단된채 파행적으로 유지돼 왔었다. 91년 3월 황원탁소장(56·육사18기)이 군사정전위 유엔군측 수석대표에 임명되자 북한이 반발하면서 정전위 기능은 사실상 중단됐었다. 이후 정전위 접촉은 하부 채널인 비서장회의로 대체돼 오다 지난 4월28일 북한측이 느닷없이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에로의 대체를 요구하며 판문점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해 버렸다.
북한은 한달 후쯤인 지난5월24일 군사정전위를 대신하는 새로운 협상기구로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KPA PMJ MISSION)를 설치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나왔다. 구성멤버는 정전위 당시 북측 구성원 그대로 였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판문점에서는 남쪽의 「정전위」와 북쪽의 「판문점 대표부」가 만나는 마치 「동상이몽」과도 같은 야릇한 현상이 되풀이 돼 왔었다. 여기에다 중국측 정전위대표마저 지난 10월말 완전 철수했다. 그러던중 이번 미군헬기 사건이 터지자 생존자의 조기송환에 애가 탄 미국은 정전위접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한국 정부 또한 「벙어리 냉가슴」앓듯 옆에서 방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북한은 60년대만 하더라도 남한과의 평화협정체결을 주장하다 70년대 이후부터는 남한을 배제한채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해 오고 있다. 따라서 미·북한끼리 협상에 의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은 곧 북측의 전략대로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정부는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정전위체제의 대안으로, 「남북군사공동위」를 통한 포괄적인 평화보장체계 구축등 몇가지 안을 구상중이며 그 시기 또한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홀준위 송환 판문점 표정/입었던 옷차림 그대로/풀죽은 모습… 북 선물인듯한 쇼핑백 들어/곧바로 미국행 “대대적인 환영행사에 참가”
○…30일 보비 홀준위의 인도식은 지난 22일 데이비드 하일먼준위 유해 반환때와 마찬가지로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 회의실과 정전위 회의실 사이에 있는 군사분계선을 홀준위 등이 넘어 오는 것으로 끝이나 7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홀준위는 예상 보다 약간 늦은 상오11시15분께 군사분계선을 넘어 왔으며 5분 앞서 토머스 허바드미국무부차관보등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
사고당시 입었던 조종사복 차림의 홀준위는 풀이 죽은 모습으로 왼손에 쇼팽백을 들고 있었는데 관계자들은 포장이 잘 된 상자가 들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북한측의 선물일 것으로 추측했다.
○…홀준위는 군사분계선을 넘자 마자 군사정전위 유엔군 비서장인 슈메이커대령에게 거수경례를 했으며 이어 게리 럭주한미군사령관, 정전위 대표인 황원탁소장, 소속부대인 17비행단 단장 엘더대령등에게 경례를 하는 것으로 귀환보고를 했다.
이날 미군측은 질문공세를 막으려는 듯 내외신 보도진의 홀준위 접근을 철저히 막았다. 미군관계자는 『홀준위는 오늘 하오 미국으로 돌아가면 대대적인 환영행사에 참가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유엔군 사령부는 북·미협상에 관해 보안유지등의 이유로 국방부는 물론 군사정전위 한국측 관계자들에게도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아 상당한 비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에 의하면 정전위 한국측 대표인 황소장은 미국측으로 부터 제대로 통보를 받지 못해 29일 밤 홀준위가 송환된다는 사실만을 이양호 국방장관, 김동진 합참의장에게 보고했을 뿐 북·미합의 내용등에 관해서는 잘 몰랐다는 것이다.<손태규기자>손태규기자>
◎북·미 「홀준위 송환」 발표문
▷북한◁
1994년 12월17일에 있은 미군 직승기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공침입사건과 관련해 미국무부 부차관보 토머스 허바드가 대통령 특사로 미합중국을 대표해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을 방문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관계일꾼들과 회담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 정부 대표들 사이에 양해문에 합의했다.
쌍방 사이의 회담들과 호상합의한 양해문에서 미합중국측은 미군 직승기가 우리나라 영공을 불법 침범한데 대해 인정하고 이러한 행동에 진심으로 되는 사죄를 표시했으며 앞으로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담보했다. 미국측은 조선반도에서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사건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조·미사이에 군부접촉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우리측의 요구에 동의했다.
미국측은 또한 남조선에 아직도 남아 있는 우리측의 전쟁포로들인 비전향장기수들이 빨리 송환되도록 필요한 배려를 할데 대한 우리측의 요구에 응했다.
미합중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죽은 미군 직승기 조종사 데이비 하일먼의 시체를 1차 돌려준데 대해 거듭 사의를 표시하고 살아 남은 직승기 조종사 보비 홀준위를 돌려줄 것을 제기했다.
미군 직승기 조종사 보비 윈 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공을 불법 침입했던 자기의 범죄를 인정하고 자기를 관대하게 용서해 줄 것을 간청했다.
미국측의 이러한 입장과 요청을 고려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관용성과 인도주의를 발휘하여 미군 직승기 조종사 보비 윈 홀을 돌려 보내기로 했다.
▷미국◁
1994년 12월17일 미군헬리콥터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 영공을 침범한 사건과 관련, 토머스 허바드미국무부 부차관보가 28일부터 30일까지 미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특사로 평양을 방문했으며 DPRK 관련관리들과 협의를 가졌다. 이 협의결과 양측은 다음과 같은 양해에 도달했다.
①미측은 미군헬기가 DPRK영공에 법적으로 부당하게 침범했음을 인정한다. 미측은 이같은 행위에 대해 진정한 유감을 표시했으며 DPRK에 대해 앞으로 이같은 사건이 더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장했다.
②양측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들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확인하고, 취하기 위해 적절한 형태의 군사적인 접촉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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