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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사건 정부입장/북·미 직거래에 철저소외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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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사건 정부입장/북·미 직거래에 철저소외 “곤혹”

입력
1994.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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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군부접촉 공식 대화창구될까 걱정/북 비전향장기수까지 거론… 새파장소지 북한에 억류중이던 미군 헬기조종사 보비 홀 준위가 30일 송환됨으로써 사건 자체는 14일만에 일단락됐으나 남북한과 미국과의 관계에 미묘한 파장이 생겨나고 있다.  북한은 홀준위의 송환에 따른 발표문에서 북한과 미국이 판문점에서의 군부접촉을 계속 유지키로 하는 한편 비전향장기수의 송환에 미측이 필요한 배려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부터 송환협상에 소외돼왔던 정부로서는 이러한 발표문이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향후 정전체제의 유지등에 있어 부담이 더욱 커진 점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이번에 북·미가 조종사 송환을 놓고 벌인 협상 자체가 정식 채널인 군사정전위를 무시한 상태에서 진행돼온 데다 군부접촉이라는 형태로 북·미간에 직접적인 대화채널이 상설화 될 공산마저 생긴 것이다.

 물론 미국은 허바드부차관보와 북한 강석주 외교부부부장사이에 있었던 송환협상에서 인도적인 문제와 함께 재발방지책만을 논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69년 「푸에블로호사건」때에도 다른 합의문을 발표해 서로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어렵사리 문제를 해결한 전례가 있긴 하다. 그러나 이번에 북·미 사이에 합의된 조종사송환은 핵합의 이후 연락사무소 설치등 북·미간 관계개선이 가시화되는 단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 무엇보다 우리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양측 발표문에 모두 포함돼 있는 소위 군부접촉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현실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은 이와관련, 김영삼대통령의 클린턴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통해서도 북·미간 군부접촉은 군사정전위 채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군사정전위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한 마당에 미국측의 이러한 해명은 그다지 설득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정전협정의 평화체제로의 전환문제는 남북한 당사자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한편 미국이 향후 북·미간 접촉에 신중을 기해주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도 허바드부차관보가 송환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정부입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이 갖는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북측의 일방적 주장은 우려할 만한 일이 못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기회있을 때마다 북·미간 평화협정체결을 주장할 것이 분명해 정부는 한미공조체제의 유지와 함께 보다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해졌다.

 북한이 발표문에서 비전향장기수문제를 거론한 것도 정부가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이다. 미측이 비전향 장기수문제를 합의해준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내정간섭의 성격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한미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미측은 그러나 북한의 계속된 주장에 밀려 북측의 관심사항을 우리 정부에 전달하겠다는 약속만을 해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비전향장기수는 전쟁포로라고 주장하면서 홀 준위도 전쟁포로였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어떻든 미측은 미군조종사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인해 정치적 대가를 톡톡히 치르면서 이 과정에서 남한을 배제하려는 북측의 의도대로 끌려다닌 점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정부는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이번 사건이 일회성임을 강조하면서도 향후 북·미관계의 전개과정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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