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통령 「제2창당」 의지에 신경/“밀려나진 않을것” 관측속 초조감 민자당이 내년 2월 전당대회를 계기로 「제2의 창당」을 추진함에 따라 김종필대표의 거취가 다시 여권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그동안 지도체제문제에 비교적 자신있게 대처해오던 김대표측은 이번만큼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명을 비롯한 당체제 전반을 바꾸는 마당에 지도체제를 현상태로 유지하겠느냐는 일반적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있기 때문이다.
김대표측은 민자당의 체제개편이 급한 물살을 타기 시작하자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눈치이다. 이달 중순 김영삼대통령이 『기구개편은 없다』고 밝힌 이후 김대표의 유임을 자신하던 김대표측근인사들은 최근들어 부쩍 입조심을 하고있다. 상황이 가변적임을 직감하는 모습이다. 김대표자신은 『시간이 지나면 알 것』이라고 애매한 반응만 보이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표측은 민자당에서 밀려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김대표가 아직 대중적인 지지기반을 갖고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충청권과 보수세력에 대한 김대표의 영향력을 나름대로 높게 평가하고있다. 때문에 당내엔 「촛불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촛불이 켜져있을 때는 어두컴컴하지만 일단 꺼지면 깜깜해져서 그 효용을 절감하게 된다는 뜻이다. 김대표가 당내에 있을 때는 특별한 역할이 없는 듯 하지만 일단 당에서 밀려나면 여권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김대표측은 당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김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사실에 신경을 쓰고있다. 당의 이미지를 일신하고 계파를 없애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는 곧바로 지도체제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식하는 것이다. 당명변경추진 등의 조치는 김대표에게 보내는 사전신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김대표측의 고민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한다. 이는 김대통령이 내년1월중순께 김대표에게 용퇴를 요청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로 압축된다. 이미 개각을 통해 계파불식의 의지를 보인 김대통령이 지자제선거와 세계화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우고 김대표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게 당내의 시각이다. 물론 김대표에 대한 충분한 예우와 당내 지분을 묵시적으로라도 약속하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이는 밀려나는 모양은 아니다. 이때 김대표는 받아들이거나 또는 과격하게 반발하는 갈림길에 설 수 밖에 없다.
김대표를 오래 지켜본 인사들은 그가 항상 최선을 택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변하면 그에 맞는 최선을 택한다는 얘기이다. 이미 민자당을 둘러싼 상황은 달라지고있다. 3당합당의 유산을 버리고 계파없는 새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김대표의 과거 지분은 사라지게 된다. 「협조」의 대가로 다시 지분을 받을 것인지 정계개편에 희망을 걸고 따로 살림을 차릴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민자당지도체제를 둘러싼 고난도의 방정식풀이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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