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전대관철로 홀로서기 선언/내외연 “독선적 발언”… 대응관심 민주당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당대회 시기를 둘러싸고 각 계파가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이기택대표가 29일 『조기전당대회가 안되면 중대결단을 내리겠다』고 선언, 당내 갈등을 비등점까지 올려놓았다. 물론 그의 중대결단이란 대표직사퇴를 의미한다.
이 소식을 들은 동교동계의 내외연측은 『막판으로 가자는 것이냐』며 험악한 표정들이었다.
이대표의 충격발언은 이날 하오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통일산하회 송년모임에서 터져나왔다.
송년모임에 참석한 의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어느 정도 장내가 정리되자 이대표는 인사말을 하기위해 앞으로 나왔다. 이 때만 해도 장내는 덕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대표가 서두를 꺼내자 참석한 의원들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이대표는 『금년 한해는 대여관계에서부터 당내 갈등에 이르기까지 어둡고 암울한 한해였다. 뭔가 결심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표의 목소리에는 고통인지, 울분인지 명확지않은 감정이 섞여있었다.
이대표의 발언이 『지도력없고 우유부단하며 당비를 많이 쓰는 셋방살이 대표라는 자화상을 그려볼 때 스스로 부끄럽고 국민들에게도 송구스럽다』는 회한으로 이어지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그는 4·19학생혁명, 79년 신민당의 5·30전당대회, 3당통합, 92년 야권통합 당시를 회고한 후 『지금의 초라한 자화상을 가지고 당대표를 앞으로도 계속해야 할지 심각한 고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전당대회연기를 주장하는 동교동측을 직접 겨냥하는 말도 쏟아냈다. 그는 『지자제선거전에 하자는 주장도 상당히 일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반드시 선거전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이대표는 그 이유를 『당대표로서 선거를 치러도 내가 치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지자제선거를 자신이 이끌고, 그 결과가 승리건 패배건 모두 자신의 몫이라는 「홀로서기」의 선언이었다.
이대표의 연설은 계속 격앙돼갔다. 『지금 창당하는 것도 아닌데 왜 전당대회를 못하느냐』 『전당대회 하나 치르지 못하는 정당을 어느 국민이 지지하겠느냐』 『이대로 가면 특정지역은 승리하겠지만 다른 지역은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 이를 뻔히 알면서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방치할 수 있느냐』…등등.
이대표는 연설말미에 『연말연시에 좀더 고민하겠지만 상황이 내가 생각하는 정치적 목표와 멀어질 경우 중대결단을 내릴 작정으로 마음을 다져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내 갈 길을 다시 찾아보겠다』는 최후통첩성 말까지 있었다.
이에 앞서 이 모임에 참석한 개혁모임의 이부영 최고위원은 『지금의 과도체제로는 어렵다』면서 『지도력을 세우겠다는 이대표의 생각에 적극 동조하고 일조하겠다』고 연대의사를 피력했다. 반면 김정길 전최고위원은 『미묘한 시점에서 신중하게 당내 이견을 조절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 자칫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이대표측과 동교동의 타협을 촉구했다.
같은 시각에 여의도 63빌딩에서 역시 송년모임을 갖고있던 내외연의 40여 의원들은 이대표의 폭탄선언을 전해 듣고 『대표라고 해서 독선적으로 말해도 되느냐』고 비난했다. 통일산하회 모임에 갔다가 내외연 송년회에 들른 이부영 최고위원 김봉호 손세일의원등이 이대표의 발언내용을 전하자 헤드테이블에 앉아있던 권로갑 한광옥 최고위원 정대철 고문 허경만의원등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 허의원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군소정당을 운영하는 스타일』이라고 못마땅해 했다. 한 의원은 『이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밝힌 게 한 두 번이냐. 일종의 압박용 발언으로 크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내외연의 장자인 권최고위원은 『정확한 내용을 알아봐야겠다』면서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고 일단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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