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기억류땐 미 여론악화로 불리/미 사과수준따라 연내석방 할수도 지난 17일 북한 상공에서 격추된 미국헬기의 생존 조종사 보비 홀준위의 연내 송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북한은 28일로 억류 12일째를 맞은 홀준위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자신의 「범죄행위」를 자백한 뒤 용서를 애원했다는 중앙통신의 보도를 내보냄으로써 그에 대한 석방절차를 마무리해 가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특히 홀준위가 『고향에는 부모와 아내,그리고 자식들이 나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사실까지 이례적으로 보도, 그의 석방 가능성을 암시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홀준위의 송환협상이 이번 주말을 고비로 판가름날것으로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홀준위가 늦어도 31일까지 귀환하게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닌 새해 선물로 그를 석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홀준위의 송환문제는 미국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북한측의 사과요구를 들어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정부는 추락한 헬기가 정탐임무를 수행중이었다는 홀준위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가 통상적인 훈련중의 단순한 실수라는 종전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크리스틴 쉘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홀준위의 자백보도가 나온 이후 『우리는 첩보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입장이다』라고 논평했다. 빌 클린턴대통령도 이에앞서 『(문제의 헬기가) 통상적인 임무를 수행중 실수로 북한영공에 진입했으며 우리는 그같은 실수를 인정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미행정부 관리들은 허바드 미국무부부차관보가 클린턴의 서한을 휴대치 않고 있음을 밝혀 클린턴을 비롯한 고위관리들이 이제까지 언급해온 유감표명 수준에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은 중앙통신에서 보듯 이번 사건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그에 합당한 미국측의 사과를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이에 따라 미국정부는 허바드 특사로 하여금 이 사건에 대한 심심한 유감의 뜻을 전달케함으로써 북한 지도층을 설득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은 또 북·미관계개선에 대한 평양측의 열망을 지렛대로 삼아 홀준위의 장기 억류가 제네바합의 이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의 발언을 상기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조만간 개시될 북한에 대한 중유제공과 새해 들어 재개될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실무접촉등도 북한측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북한에 핵합의를 파기할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제네바합의 이행과 홀준위 석방협상의 연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측은 홀준위의 석방이 늦어질수록 미국내 대북한 성토목소리가 높아지게 됨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홀준위의 억류가 장기화하고 미의회의 강경파들이 내달 4일 개원될 의회에 이 사건을 들고나와 행정부를 공격하고 나서면 클린턴대통령도 그들에게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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