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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체첸딜레마」 깊어간다/민간희생·장기화 내외비난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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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체첸딜레마」 깊어간다/민간희생·장기화 내외비난 고조

입력
1994.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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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중지” 등 명령하달도 안먹혀 보리스 옐친러시아대통령이 체첸사태를 놓고 진퇴양난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옐친대통령은 27일 체첸에 대한 침공명령을 내린 이후 처음 TV를 통해 대국민연설을 했으나 사태해결을 위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공중폭격은 중단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체첸에 파견된 러시아군과 내무부 소속 병력들이 앞으로 끝까지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 밝혀 효과적인 군사작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다. 특히 그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도 남아 있다면서 예고로프 민족담당부총리와 스테파신방첩국장을 협상대표로 임명했으나 이들은 모두 강경파여서 협상전망도 어둡다. 또 협상도 휴전과 무장해제만을 논의하도록 제의하고 있어 체첸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러시아군은 지난 11일이후 현재까지 군사작전을 벌였으나 무고한 민간인들만 희생됐을 뿐 그로즈니시를 함락시키지 못했다. 러시아군은 체첸접경지역인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야등의 국경봉쇄로 이슬람각국의 지원병력을 차단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으나 많은 이슬람국가들의 옐친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또 그로즈니에 무차별 폭격으로 많은 민간인들이 사망, 체첸인들의 반러시아감정만 부추긴 결과가 됐으며 러시아는 물론 세계각국의 여론도 옐친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와 함께 막대한 전비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러시아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옐친으로서는 확실한 공격명령대신 화전양면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단계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군사작전을 벌이는 수밖에 다른 여지가 없어 전방공격을 맡고 있는 러시아군 대신 노련하고 경험이 풍부한 내무부소속 특수부대들이 전투를 하고 공중폭격도 레이저유도폭탄을 사용, 민간인 거주지역이 아닌 체첸군의 전략거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지난 26일 안보회의에서도 이 방법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으며 체첸인들에 대한 선무공작을 강화해 각종 지원물자를 평정지역에 투입하고 있다. 또 체첸인들의 자치권을 대폭 보장한다는 설득작전을 펴 임시정부격인 반두다예프 예비내각을 구성토록 하는등 양동작전을 펴고 있다. 하지만 체첸군들은 결사항전의 전의를 불태우고 있어 앞으로 인명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체첸측은 될 수 있는 한 장기전으로 몰고 가 러시아를 아프간전쟁 때처럼 계속 괴롭힐 경우 승산이 있다고 믿고 있다.

 옐친으로서는 장기전은 절대 불리하며 조만간 승부수를 던지지 않고는 굴욕적인 「패배」를 당할 수도 있다. 개혁진보파들의 평화적 해결 촉구압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그동안 매파들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였던 옐친은 자신도 더이상 발을 뺄 수 없는 늪에 빠지고 있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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