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의 대학지원 기회를 넓혀줌으로써 고득점자의 낙방과 재수라는 대학입시 모순을 풀어주자는 것이 대학의 특차모집제도 취지다. 소위 명문대학과 인기학과에만 편중지원하는 고득점자들을 적성과 소질에 따라 여러대학과 다양한 학과에 고루 안배해보자는 의도도 감안돼 있다. 그러나 특차모집제도는 올해로 2번째 시행되는 탓인지 제도의 취지를 아직껏 살리지 못한채 적지않은 부작용을 노출하고 있다. 특차모집마감결과 나타난 대량미달사태는 예상을 뒤엎은 이변이라 할만하다. 50개대학 1천3백6개과에서 2만4천8백70명을 모집하는 특차전형에서 38개대학의 6백59개학과에서 7천8백22명의 미달사태가 났다면 이를 어찌 이변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미달사태를 숫자로 환산해보면 모집대학별로는 76%, 모집학과별로는 50.38%, 모집정원별로는 31.5%였다. 미달사태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더욱이 모집학과의 13%에 해당하는 1백71개학과에는 지원자가 아예 없었다니 특차모집제도의 개선보완이 절실해졌다고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대량미달사태를 빚은 원인을 따지자면 먼저 대학들의 현실감각 부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특차모집이라해서 학과의 특성도 생각지 않고 무조건 지원자격기준을 높여 놓았으니 고득점 수험생들이 무턱대고 지원할리가 있겠는가.
특차모집 대학과 모집정원이 지난해 25개대학 1만4백명에서 올해는 50개대학 2만4천8백명으로 2배이상 늘어난 것도 비인기학과의 미달사태를 빚은 원인중의 하나랄 수 있다.
이번 수학능력시험이 고득점자에게 불리해 1백70점이상의 고득점자가 지난번보다 3천명이상 줄었다는 것도 또다른 미달원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특차모집제는 이밖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노출했다. 「선시험 후지원」에 따른 심한 눈치작전은 적성과 소질을 무시한채 합격만을 겨냥하는 것이어서 극히 비교육적이다.
수학능력시험의 성적우수 여학생들이 명문대학의 어문계열등 몇몇 인기학과에 대거 지원, 합격을 독식하는 현상도 바람직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 또 대학들이 학과의 특성을 무시한채 무조건 성적우수자만 많이 확보해보겠다는 것도 옳지 않다. 적성과 소질을 살린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자면 단순한 성적우수자보다는 다양한 적성과 소질을 감안해 입학생을 뽑아야하는 것이다.
때문에 대학들이 특차모집제도의 취지를 살려 입시제도를 정착시키려면 대학별로, 그리고 학과특성에 맞춰 특차전형 기준을 특성화(특성화)하고 학과의 위상에 맞게 전형기준을 대폭 낮추는 등의 개선과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적성을 무시한 우수성적자의 많은 확보는 결코 대학교육 본질에 합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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