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미 “완벽한 작전” 찬사/알제리,대불관계악화 전전긍긍 프랑스 특공대의 전광석화같은 기습작전으로 여객기 납치사태가 극적으로 종결된 뒤 프랑스와 미국등에서는 「반테러리즘의 쾌거」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납치범들에 대한 단호한 응징으로 인해 회교과격분자들에 의한 보복테러가 발생할 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사건초기 미지근한 대응을 보여 후견인격인 프랑스정부의 분노를 샀던 알제리 군사정부는 프랑스와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은 인질들이 구출된 뒤 이번 작전을 성공시킨 정부와 특공대원들및 여객기 승무원들에게 축하전문을 보냈다. 또 자크 시락 파리시장이 정부의 단호한 대응에 이례적인 찬사를 보내는등 프랑스 조야가 인질구출 작전을 완수한 정부에 일제히 찬사를 보내고 있다.
미국무부는 27일 성명을 발표, 납치범들을 강력히 비난한 뒤 『인질들을 구출한 프랑스 특공대의 용기있는 행동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총리는 프랑스가 인질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장식해 납치 여객기문제 해결에 대한 모범을 보였다고 27일 프랑스정부를 찬양했다.
지난 76년 우간다 엔테베특공작전으로 유명한 이스라엘 피랍여객기의 승객 구출작전을 지휘하면서 납치범들과 직접 담판을 벌인 라빈총리는 『프랑스정부와 테러진압부대에 축하를 보낸다』며 『이는 그동안 거의 잊혀졌던 여객기납치범들에 대한 강경한 진압작전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언급.
○…알제리 군사정부는 피랍여객기가 알제를 떠나기전 프랑스측이 납치범들과 협상하지 못하도록 막아 결국 프랑스인 1명이 숨지자 프랑스와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외교소식통들은 알제리정부의 미지근한 대응이 알제리측에 대한 프랑스의 불만을 증폭시킴으로써 프랑스가 그동안 정치·경제적으로 지원해온 알제리 정부와 거리를 두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고 전망하고 있다.【정리=윤순환기자】
◎현장날아와 총지휘 과단성 과시/인질구출 결단 발라뒤르 불 총리/불 입국 “미끼” 천시택해 진압명령/내년 대선서 유리하게 작용할듯
「악몽의 54시간」을 끝장낸 주역은 프랑스 테러진압부대인 국립헌병대 개입부대(GIGN)의 데니 파비에 소령이 아니라 프랑스의 「마지막 총알」인 GIGN의 투입을 결정한 에두아르 발라뒤르총리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고 있던 발라뒤르총리는 지난 24일 에어프랑스 여객기 피랍사건이 발생하자 즉시 마르세유로 날아와 인질구출 작전을 총지휘했다. 그는 먼저 납치범들을 유인하기 위해 납치범들이 원할 경우 프랑스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미끼」를 던졌다. 그는 이어 피랍 여객기의 이륙을 반대하던 리아미네 제루알 알제리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해 프랑스로의 이륙을 허용케 했다.
피랍 여객기가 마르세유 인근 마리냥공항에 도착하자 테러진압부대를 신속히 배치한 발라뒤르총리는 천시를 택해 전격적인 작전명령을 내렸다. 그는 인질구출 작전이 성공한 뒤 『기습작전만이 더 이상의 희생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었다』며 이번 작전은 자신이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친근한 대중적 이미지로 이름높은 발라뒤르총리는 도박과도 같은 인질구출 작전으로 과단성있는 지도자의 면모를 과시함으로써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당선가능성을 한층 높인 것으로 보인다.【파리=한기봉특파원】
◎납치범들 모두 10∼20대/범인과 회교원리주의/알제리 반정부그룹 소속… FIS와 제휴/타협없는 폭력투쟁… 신정국가수립 목표
이번에 프랑스여객기를 납치한 범인들은 회교원리주의 청년들이었다. 프랑스 보안관계자들은 범인들이 10대였으며 기껏해야 20세정도로 보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알제리의 반정부 회교무장그룹(GIA)소속으로 알려지고 있다. GIA는 지난 92년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도 군부에 의해 집권이 좌절된 이슬람구국전선(FIS)과 제휴하고 있다.
이들이 신봉하는 회교근본주의는 회교신정(신정)국가의 수립을 목표로 폭력투쟁을 벌인다. 회교원리주의에 의하면 이들의 투쟁은 성전(성전)이다. 따라서 죽음은 「순교」이며 불의의 희생자들은 어쩔 수 없는 「신의 뜻」일 뿐이다. 코란의 가르침을 글자그대로 지키고 이를 어기는 자들을 응징하는 것은 의무이기 때문에 이들에겐 타협이란 없다.
회교원리주의의 발흥은 냉전의 산물이자 미중앙정보국(CIA)의 공이다. 냉전의 절정이었던 지난 80년대초 CIA는 중동과 유럽을 통해 회교도들에게 이교도들의 제국인 구소련과 투쟁하도록 부추겼다.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침공은 그 좋은 기회가 됐다. CIA는 뉴욕을 비롯한 미국의 여러 도시에 아프간 회교도를 지원할 무자헤딘(회교 전사) 모병소를 설치, 자금을 댔다. 이슬람형제국으로서 이집트는 아프간 무자헤딘을 군사·재정적으로 지원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등 일부 친미 아랍국도 이에 동조했다.
여러나라에서 온 회교원리주의자들은 아프간의 무자헤딘 훈련소에서 만나 동지의식을 키웠고 이후 각국으로 흩어져 반정부 테러 활동을 시작했다. 아프간에서 돌아온 이들의 눈에는 정부가 이교도들과 같은 숙청대상으로 보인 것이다. 현재 이들의 활동이 가장 성한 곳은 알제리와 이집트인데 이들은 이웃한 수단에 피난처를 두고 독일을 주요 해외거점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이들은 일반 국민들도 공격하고 있다. 율법이 정한 머리수건을 안쓰거나 서구식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여자와 학생, 교사들이 이들에게 「처형」됐다.【오미환기자】
◎항공기납치사건 일지
◇31년 2월=최초의 피랍사건이 페루에서 발생.
◇48년 7월=마카오발 홍콩행 캐세이 퍼시픽기가 중국인 4명에 의해 피랍 25명사망.
◇74년 9월=에어 베트남기 피랍돼 승객 70명 전원 사망.
◇76년 7월=승객 2백44명이 탄 에어 프랑스의 에어버스기가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해 피랍, 우간다 엔테베에 억류돼 이스라엘 특공대가 구출작전 감행.
◇78년 2월=키프로스항공 DC8기가 아랍인에 피랍돼 이집트 특공대가 구출작전 감행. 이집트특공대와 키프로스보안군이 충돌, 15명 사망.
◇85년 6월=아테네발 TWA기가 시아파회교도에 의해 공중피랍. 승객 1백53명을 인질로 16일간 대치끝에 투항.
◇85년 11월=몰타행 이집트항공 여객기가 팔레스타인인에 피랍. 이집트 특공대가 기습, 59명 사망.
◇86년 9월=카라치에서 팔레스타인인에 납치된 팬암사 보잉 747기를 파키스탄 보안군이 급습, 22명 사망.
◇88년 3월=시베리아인에게 납치된 투폴레프기에 대한 구소련 보안군의 급습으로 9명 사망.
◇90년10월=중국항공사 보잉737기가 공중납치돼 미국에 착륙도중 사고로 승객등 1백28명 사망.
◇91년 3월=싱가포르항공 에어버스 A310기가 파키스탄인들에 피랍. 싱가포르 특공대가 급습, 납치범 4명 사살.
◇93년 10월=나이지리아항공 에어버스 310기가 납치돼 승객들이 풀려난 뒤 니제르보안군이 기습작전을 감행.
◇94년 10월=러시아의 야크40기가 아제르바이잔인에 의해 피랍. 납치범은 경찰 특공대의 공격을 받고 자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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